출범 1년 삼성전기 싱크탱크 '거북선센터' 순항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에 있는 삼성전기 수원공장. 북문 건너편 4층짜리 건물에 붙어 있는 '거북선센터'란 간판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이 곳은 혁신적인 원가절감과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전기의 싱크탱크다. 현관에 들어서면 우선 당당한 모습의 거북선 모형을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건물의 상징을 거북선으로 삼은 것일까. 거북선센터 이동훈 과장은 "이순신 장군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으로 나라를 구한 것처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선진 경쟁사들을 물리치자는 뜻에서 강호문 사장이 직접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아직 전선 12척이 남아있습니다.' 복도에는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선조임금에게 올린 서신의 한 구절을 커다랗게 써붙여 놓았다.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일본과의 싸움에서 결사 항전하겠다는 비장함이 묻어나온다. 거북선센터는 15일 첫 돌을 맞는다. 강 사장이 1년 전 거북선센터를 세운 것은 원청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체의 한계를 극복해 '세트(완제품)'를 리드하는 세계적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센터는 글로벌혁신센터 내 원가혁신팀에서 관장하고 있으며 23명의 운영진이 상주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이 곳에 들어와 평균 3개월간 과제를 수행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 팀원들은 자기 사무실이 아닌 거북선센터로 출근해야 한다. 팀 구성도 특이하다. 신제품 개발 담당 직원 뿐 아니라 기획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부서 직원들이 CFT(cross functional team·협업팀)를 이룬다. 심지어 납품업체 직원들까지 참여하기도 한다. 이 같은 CFT를 위한 방은 모두 10개. '명량' '한산도' '율포' '옥천' '사천' '장항포' 등 방 이름은 하나 같이 이순신 장군이 승리한 전투명이다. 3층에 있는 '한산도' 방에 들어가보니 편향코일 개발 프로젝트가 한창이었다. 현업에서 온 14명과 센터 운영진 2명 등 총 16명이 한 팀을 이뤘다. 태국공장에서 날아온 생산담당 직원도 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모듈 사업부의 최광윤 과장은 "각 사업팀에서 온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하다 보니 부서별로 떨어져 일할 때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한결 빨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센터를 거쳐간 과제는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과 진동모터,인쇄회로기판,위성DMB 부품 디지털튜너 등 핵심 프로젝트들이다. 카메라 모듈(프로젝트명 '골드아이')의 경우 거북선센터 활동을 통해 핵심 공정인 패키지공정에서의 불량률을 23%에서 5%로 크게 떨어뜨려 1백58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이렇게 이 센터를 통해 회사가 거둔 효과는 총 7백60억원에 이른다. 센터는 앞으로 혁신적인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국내 타사업장과 해외사업장에도 이 같은 활동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우선 다음달 대전과 부산사업장에 거북선센터를 만들고 내년 초까지 중국 태국 필리핀 등 해외사업장에도 같은 센터를 세울 방침이다. 강호문 사장은 "거북선 센터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반드시 필승하겠다는 임직원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건립됐다"며 "삼성전기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첨단제품을 개발하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