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생산이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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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는 이력서다.
여기에는 한 개인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가 상세히 적혀 있기 때문에,회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그 됨됨이를 살펴 직원을 채용한다.
따라서 이력서는 항상 정확성을 필요로 하며 허위 기재를 했을 경우에는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농산물에도 사람처럼 이력서가 붙는다는 소식이다.
우선 토마토와 참외가 그 대상인데 이들 농산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재배되어 어떤 경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가 상세히 적히게 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이 생산이력제는 농약이나 비료의 과다 사용,유전자 조작 작물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면서 소비를 늘리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이력제를 적용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국내산 한우에서 보듯,이 제도는 작물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도 얻을 게 분명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의 하나로 생산이력제(traceability)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작물을 심기 전에 토양과 수질검사까지 실시할 정도로 까다롭다.
프랑스에서는 유기농산물 등 특별 생산 방식에 의한 농산물에도 이력관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이웃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청과물을 대상으로 생산이력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생산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생산이력제는 값싼 중국 농산물과 FTA 타결 등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수입농산물에 대한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위생관리가 안된 외국 농산물을 막는 구실이 될 수 있고 아울러 수입농산물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 생산이력제는 전 작물에 걸쳐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민등록증과 다름없는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제일의 조건은 신뢰다.
포장지의 정보내용이 행여 거짓으로 표기되기라도 한다면 전 농가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세심한 지도가 뒤따라야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