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교회] (5) 대길교회 ‥ 교회서 공부하고 춤도 배우고
입력
수정
지난 1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신길1동 신길종합사회복지관 바로 옆의 대길교회(담임목사 박현식) 교육관 1층 식당.
동네 노인 40여명이 식탁 곳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교회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대길사회복지재단이 매주 화요일 제공하는 무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온 노인들이다.
식당 한 편에선 몇몇 노인들이 침을 맞고 있고 반대편 방에선 할머니 두 분이 머리를 단장하고 있다.
정오 무렵이 되자 식당은 1백50여명의 노인들로 가득 찼다.
메뉴는 밥과 쇠고기국 갈치조림 샐러드 김치 등으로 조촐하지만 일주일 만에 만난 노인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나게 식판을 비웠다.
대길교회는 이렇게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한다.
지역 주민을 위해 주차장을 개방하고 재즈댄스 등의 다양한 문화강좌를 연다.
또 매주 1∼2회 무료 영화 상영시간을 마련, 종교와 관계없는 일반 영화를 보여주고 뮤지컬과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오르간 플루트 등을 배울 수 있는 음악교실도 열고 있다.
특히 평일 오후부터 저녁 때까지 교회 청년봉사자들이 운영하는 10개의 공부방에는 각 반마다 5∼10명씩의 중ㆍ고교생들이 참여해 북적댄다.
2002년 말에는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활동을 체계화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대길사회복지재단을 별도로 설립했다.
그리고 이 재단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감정가 17억5천만원의 교육관을 법인 자산으로 이전했다.
또 성가대 지휘자와 피아노 반주자 등 교회 내 봉사자의 사례비를 없애는 대신 확보된 1억원 이상의 자금도 복지재단으로 넘겼다.
일요일에 교회가 교육관 공간을 쓰는 대신 매달 5백만원의 사용료도 낸다.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성인 신자가 9백∼1천명, 연간 예산이 12억원 정도인 대길교회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제정한 '제1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상'을 받은 것은 이런 공로 덕분이다.
대길교회 교육관도 완전히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됐다.
지하 1층에는 4인용 테이블 11개와 푹신한 의자를 갖춘 북카페가 주민을 기다린다.
2층에는 문화강좌를 여는 기능교실, 3층에는 컴퓨터실과 공부방, 4층에는 연극과 영화 음악회 등을 즐길 수 있는 1백5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마련돼 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복지재단 오대희 목사는 "사회복지 사업을 하려면 교회 규모가 크거나 재정이 원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무료 급식이나 이ㆍ미용 봉사 등을 통해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선교의 측면에서도 전도지를 돌리거나 방문 전도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박현식 담임목사도 "복음은 변할 수 없지만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계속 변해왔다"며 "교회가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 주민들이 교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