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골프와 경영'] 까다로운 고객

기업은 대부분 까다로운 고객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고객은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고마운 존재다. 구 소련이 붕괴한 이후 많은 동구권 기업들이 도산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구 소련의 거래처와 너무 편안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도산한 한 트럭 회사 사장은 구 소련 거래처에 트럭을 납품해 왔는데 그들은 몇 년 동안 똑같은 제품을 주문했고 향상된 제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기술혁신이나 제품의 품질을 올려주는 대신 접대만 잘하면 순조롭게 납품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소련기업이 도산하고 나서 서방국가의 기업들과 거래관계를 맺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였던 것이다.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척 성가신 일이지만 기업발전에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한 기업의 수준은 대부분 고객의 수준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까다로운 고객 그리고 수준 높은 고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영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전례가 없습니다.' '규정상 곤란합니다.' '남들은 아무 불만이 없던데요.' 이런 소리를 하게 되면 까다로운 고객은 이탈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골프장들도 고객만족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고객의 소리'를 듣기도 하고 단소리, 쓴소리를 적어 내는 엽서를 비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만족경영을 형식적으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우수고객을 선정해서 우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수고객은 대부분 골프장의 규정을 잘 따르고 매출에 기여하며 매너가 좋은 순한 고객들이다. 물론 이들은 소중한 고객들이다. 그러나 이런 우수고객들과 밀월을 즐기다 보면 진정한 고객의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 '고객의 불평이 고맙다.' '까다로운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라.' 이런 경영원칙이 있는 골프장이야말로 끊임없이 개선과 혁신이 이뤄진다. 국내 한 피자 체인은 고객이 맛이나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인 불만을 제기하는 엽서를 써내면 피자값을 받지 않는다. 얼핏 보면 손해가 날 것 같지만 그만큼 맛과 서비스를 잘 하겠다는 경영신조가 반영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피자 한 판 가격의 돈으로 까다로운 고객의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발상이 바로 혁신과 경쟁력의 원천인 셈이다. '고객의 불평이 회장이나 사장에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라!' 유감스럽게도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골프장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골프장들은 언젠가 동구권 기업들이 겪었던 경영쇼크를 맛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