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 정국 어디로…] <1> 대립에서 통합으로

17대 총선전이 막을 내림에 따라 향후 정치권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립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상생의 정치'를 만들어 내라는 게 국민들의 일관된 요구다. 그러나 새로 출범하는 17대 국회가 과연 이를 수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워낙 이런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곧 한국정치 문화의 발전 여부를 판가름한다고 볼 수 있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16대 국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더욱 증폭됐다. 특히 지난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회를 지배한 야당과 대통령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치권에서 대화는 사라졌다. 대결구도는 날이갈수록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친노''반노' 논쟁으로 온 나라가 분열 양상을 보였고,이 과정에서 '타협'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은 실종됐다. 대통령과 정치권 지도자들 중 어느 누구도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강대강'의 구도만 보여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는 급기야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불러왔고,그 과정에서 국민은 이념과 세대에 따라 매몰돼 갈라질대로 갈라졌다. 지난해 민주당은 '한솥밥'을 먹던 사람끼리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국민들에게 심한 정치 혐오증을 심어주었다. 이 와중에 '차떼기 정당'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돼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한층 심화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다행히 이번 총선전을 전후해 일단 상생의 정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최근 화해와 상생을 부쩍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한 자리에서 "(총선이후)부패정치와 지역정치의 고질이 좀 해소될 것"이라며 "과거처럼 사생결단식 대결정치 보다는 대화와 타협,통합의 정치가 시도되고,실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방향은 누가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이자 큰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 대표도 총선 유세 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지긋지긋한 싸움판 정치의 막을 내리고 화합과 상생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흑색 선전과 상대당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은 철저히 배제했다. 각 당이 젊은 세대들로 운영되기 시작한 점도 긍정적이다. 정치권의 '바꿔 열풍'을 이끌어냈던 국민들의 높아진 정치 의식도 대화와 타협으로 이끌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대립과 갈등을 부추길 요인이 적지 않다. 당장 대통령 탄핵문제가 '핵폭탄'이다. 탄핵 해법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자는 한나라당 민주당과 '철회론'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헌재 결론에 따라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이라크 현지 사태가 악화되면서 추가 파병을 놓고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탄핵 논란 등을 떠나 여야가 상대당의 이념과 노선을 인정하고 관용의 정치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념적 성향이 다른 정당들이 국회에 진입함에 따라 17대 국회는 다양성이 커질 것"이라며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는 것 만이 우리정치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