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업유치' 발벗고 뛴다] (13) 충북 오창 '투자유치대책반'

"최근 5년간 연평균 적설량과 강우량, 습도, 분진 등 기상 및 환경 데이터와 토양성분 등 30여가지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체크해 알려주십시요." LCD컬러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일본계 기업 JSR마이크로코리아가 지난 2002년 충북 오창첨단과학산업단지 투자상담 자리에서 충청북도 기업유치 특별대책반에 요구한 사항은 이뿐만 아니었다. 공장건설을 위한 인허가일정, 도로건설 등 주변 인프라확충계획, 상하수 등 유틸리티계획, 세제 인센티브, 노사관계상황, 물류비용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정보를 요청해 왔다. 적당히 인사나 교환하는 자리인줄 짐작했던 투자유치팀은 당황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소리라도 듣자"며 불철주야로 뛰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인들이 오면 고속도로IC까지 마중을 나갔다. 설명자료도 최신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인쇄도 하지 않은 채 제때 제때 제공했다. 2003년 5월12일 입주계약을 맺는 자리에서 JSR 요시다 사장은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인프라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마음을 움직였다"고 털어놨다. 충북 청원군 오창면과 옥산면 일대 2백86만평 규모로 조성된 오창첨단과학산업단지에 일본계 기업이 대거 입주하기까지 까다로운 일본 기업인들을 감동시킨 충북 기업유치대책반 공무원들의 이같은 열성이 배어 있다. 오창단지는 착공 1년만에 외환위기를 맞아 착공 초기 입주를 약속한 10여개 기업을 빼고는 준공을 눈앞에 둔 2000년 1월까지 단 1건의 입주상담도 없었다. 비상이 걸린 충청북도의 이원종 지사는 투자유치팀에 "공무원이 아닌 민간기업 영업사원처럼 뛰라"고 주문했다. 명함도 투자유치팀 국장은 본부장, 과장은 실장, 계장은 부장, 직원은 차장 등으로 기업체처럼 바꿨다. 2003년 5월26일 계약을 마친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생산업체 해리슨 도시바의 합작법인인 해리슨엔지니어링코리아도 우여곡절끝에 오창단지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해리슨 도시바는 신탄진과 울산 음성 등 모두 5군데의 부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정보를 입수한 투자유치팀은 일본기업이라는 점을 감안, 접근방식부터 달리했다. 일본 기업의 예상 요구자료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꼼꼼한 비교자료를 미리 만들어 오창단지의 비교우위를 설명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은 '맨투맨'식 홍보에 감동한 해리슨 도시바측은 최고 50년까지 무상 임대하는 파격적인 조건의 외국인전용단지를 마다하고 7천평을 아예 사버렸다. 실질투자금액도 1천억원이 넘는 초대형이었다. 이 투자유치업무를 주도했던 투자유치팀의 마상운씨는 지난달 16일 과로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해리슨 도시바 모시기'에 성공한 이후 오창단지의 일본계 기업유치는 탄력을 받게 됐다. 같은해 6월24일 광학렌즈 제조업체인 MTM옵틱스가 자리를 잡았다. 또 12월2일에는 반도체제어형 회로제조업체인 스템코가 입주를 결정했다. 뒤이어 입주한 컬러휴대폰 부품생산업체인 네패스도 일본계 기업이다. 한 때 '황성옛터'라는 지역언론의 비아냥을 들었던 오창단지에는 이제 1백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유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청주=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