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코너] 겉도는 재래시장 정책

총선이 끝나면서 정치·행정권이 본격적으로 민생 챙기기에 나섰다. 민생정책 중 빠지지 않는 게 '재래시장 활성화'.정치·행정권은 선거 이전부터 재래시장을 도와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도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막상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각양각색이다. 정치권은 재래시장 상가의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해서 반듯한 건물이 많이 들어서도록 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하드웨어를 개선한다고 해서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당정 협의에서도 뾰족한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채 갑론을박 하다가 끝나고 말았다. 정부 관계자는 "재래시장 활성화 논의는 10여년 전부터 계속됐지만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유는 많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주체가 뒤바뀐 점이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바로 상인들이다. 상인들 사이에 '다시 일어나 보자'는 몸부림이 먼저 일어야 한다. 정치·행정권이 특정한 목적으로 '재래시장 살리기'를 외친다고 시장이 살아난다는 것은 '삼류 코미디'에 불과하다. 80년대 초반 이웃 일본에서도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상인들과 지방정부,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일본의 수많은 재래시장들이 회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평범한 진리다.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오사카 '광장시장'도 1백여개 점주 부인들이 대형 유통업체에서 3개월간 집단훈련을 받는 등 발벗고 나서면서 경쟁력을 되찾았다. 변명식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장안대 교수)은 "상가건물 현대화와 같은 하드웨어로 접근해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먹거리와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는 특색있는 시장으로 꾸며야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행정권의 발상 전환이 아쉽다. 농어촌 살리기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