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실물경제 경험 정책에 반영"..첫 여성금통위원 추천 이성남 감사


21일 국내 첫 여성 금융통화위원으로 추천된 이성남 국민은행 감사(57)의 휴대폰은 하루 종일 '통화중'이었다.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여성으로 첫 발을 들여놓은 데 대한 지인들의 축하전화였다.
이날 오전 국민은행 본점 12층 상임감사실에서 만난 그는 '1호 여성 금통위원'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 때문인지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감사는 "금융시장에서의 현장 경험을 살려 효과적인 통화신용 정책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금통위원으로 선임된 배경에 대해 이 감사는 "여성으로선 드물게 금융계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경력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금통위원의 대다수는 거시경제 전문가"라며 "미시경제 분야에서 20년 이상 쌓은 경험을 통화신용정책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경기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금통위원의 경기전망은 곧바로 금융정책의 시행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1950년 한국은행 설립 이후 금통위 최초의 '홍일점'이 된 이 감사는 금융계에서 연달아 '여성 1호' 기록을 남겨 왔다.
99년 금융감독원의 첫 여성 임원으로 선임돼 화제를 모았고 작년에는 국내은행 첫 여성 감사로 취임해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이 감사는 지난 1969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21년 간 일해온 '정통 씨티맨'이다.


90년대 중반 집안 일을 돌보느라 은행을 떠났던 이 감사는 배재항공여행사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하던중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에 의해 금융감독원 검사총괄담당 국장으로 발탁됐다.
금감원 근무 당시에는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직언'을 잘하는 간부로 유명했다.


이 감사는 작년 3월 이철주 감사의 후임으로 국민은행 상임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정태 행장이 이 감사의 능력을 인정, 적극적인 영입에 나섰다.


이 감사는 현 이 부총리와 친분이 두텁고 서울대 정운찬 총장과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클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아왔다.
'금통위원이 되면 연봉이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감사는 "금통위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명예로운 자리"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