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쪽빛바다에 詩를 쓴다 .. '전남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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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기온은 이미 여름이다.
하늘은 손으로 찍으면 물이 들 것처럼 파랗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몸 안에서 꿈틀거린다.
이런 날은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
붉은흙을 지녀 그리 불렸다는 여수의 자산공원에 오른다.
밑에서 보는 자산은 그저 평범하고 낯익은 뒷동산 모습이다.
중턱의 유채꽃밭을 지나니 또 다른 꽃이 길을 안내한다.
일찍부터 꽃을 피운 붉은 동백은 목련을 닮은 하얀색 꽃과 어울려 앙상블을 이룬다.
정상에 오르면 풍경은 사뭇 다르다.
한눈에 잡히는 오동도.배 한 척이 하얀 자취를 남기며 녹빛 바다를 가른다.
자산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오동도의 모습은 섬 안에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을 준다.
가슴 트이는 시원함이 곁들여진 때문이다.
오동도 반대편 장군섬에는 조선 성종 때 좌수사를 지냈다는 이량 장군의 대첩 이야기가 곁들여지고 전국에서 하나뿐이라는 수중석성이 어렴풋이 모습을 나타낸다.
여수는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이 있던 곳.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주 무대가 됐다.
이 충무공이 전사했던 노량해전 당시엔 이 일대 묘도와 검단산성,순천왜성 등지에 조선과 명나라,일본군을 합쳐 15만에 달하는 병력이 진을 치고 있었다니 그 전투의 규모가 짐작된다.
곳곳이 이 충무공과 연관된 유적지다.
단일 목조건물로는 국내 최대인 진남관은 가로 15칸,세로 5칸,높이 14m로 건평은 2백40평에 달한다.
난중일기에 따르면 충무공은 이 자리에 있었던 진해루에서 회의를 열고 옥포해전 출전을 결의했단다.
국보 304호인 이 건물의 모습은 1900년 인쇄된 한국 최초의 그림엽서에도 들어있다.
배를 타고 인근 남해군 방향으로 나가면 관음포에 다다른다.
1598년 11월1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 충무공의 시신을 모셨던 곳이다.
지금도 정상에는 사당이 남아 당시의 충정을 기리고 있다.
여수에는 이밖에 충무공을 기려 임금이 내렸다는 사액서원 충민사,군사를 숨겼다는 둔병도,전투선을 만들었다는 선소,좌수영대첩비 등 각종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여수엔 빼어난 풍광과 유적지 이외에도 먹거리가 풍부하다.
돌산 갓김치는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감칠맛이 뛰어난 서대회와 금풍쉥이 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또 피문어와 고들빼기 역시 이곳에선 특별한 맛이 있다.
오동도 앞 동백회관(061-664-1487)은 한정식이 유명하다.
특정식(2만5천원)을 시키면 70가지 음식이 차례로 상을 메운다.
여수항 여객터미널 인근의 칠공주장어집(061-663-1580)에선 푸짐한 자연산 바다 장어의 맛을 볼 수 있다.
1인분 1만원.
글=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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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여수시는 5월3~6일 4일간 충무공을 기리는 거북선 축제를 연다.
이 기간중에는 유람선과 수산대 실습선 등 1백여척을 동원,임란 전적지를 돌아보는 순례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비타민 여행사(02-736-9111)에 신청하면 기차를 이용,무박2일 일정으로 거북선축제에 참여하고 임진왜란 전적지를 선상에서 둘러 볼 수 있다.
성인 6만4천원.이 상품에 거문도.백도 관광을 추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