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폭발 대참사] (이모저모) 휘어진 철로…'폭격 맞은듯'

용천 대폭발 사건의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잿더미로 변한 사고 주변 일대와 복구에 전력 투구하는 북한의 힘겨운 모습이 국제조사단의 보고와 현장을 취재한 외신 및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현장을 방문한 신화통신 기자에 따르면 열차 폭발은 지상으로부터 깊이 약 8m에서 10m에 이르는 거대한 두 개의 구덩이를 남겼다. 가로수도 폭격을 맞은 듯 쓰러져 있었고 고무줄처럼 휘어진 철로도 보였다. 열차 차량의 잔해가 도처에 가득했다. 현장 부근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무너진 집 안을 헤매며 쓸 수 있는 물건들이 없나 뒤지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지 의료시설이 태부족해 한약방과 간이 의료시설 등에도 부상자가 몰려들고 있다고 단둥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부상자(1천3백여명) 가운데 3백70여명이 인근 신의주의 병원들로 후송됐으나 신의주도 이미 포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헬리콥터 2대가 인근 곽산비행장으로 부상 군인들을 이송 중인 것도 목격됐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용천 주변인 낙원에는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이 흘러나올 때부터 신의주 특구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온 단둥 진출 한국기업인들은 이번 용천 폭발사고가 신의주 특구 개방 일정을 늦추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단둥에 공장부지를 확보하는 등 신의주특구 개발 이후 기대가 컸다.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북한당국은 이번 참사로 인한 피해복구에 주력해야하는데다 암살설이 불거질 경우 북한의 경제개혁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번 사고로 북한 당국이 열악한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을 확충한 이후 신의주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특히 홍콩의 성도일보는 24일 "김정일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 열차가 용천역을 통과한 시간은 사고 발생 9시간 전이 아니라 30분 전"이라면서 '암살 테러' 기도설을 재차 거론했다. 이와관련해 사고가 커지는데 원인을 제공했던 질산암모늄의 관리를 맡은 용천 인근 낙원기계공장 간부들이 구속됐다고 단둥의 소식통들이 전했다. …용천역 대폭발사고로 피해를 본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물품 수송이 25일부터 북한 접경지역 단둥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부터 중국정부가 지원하는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끝도없이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북한 신의주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됐다. 또 오후 3시40분께는 구호품을 실은 화물열차가 북한지역으로 들어갔다.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中華人民共和國 政府)'라는 글씨가 선명한 천이 붙어 있어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중국측 관계자는 "중국정부의 지원물품"이라며 "다리 건너 북측 인사에게 물품을 전해주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뒤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단둥(중국)=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