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라한 장품대작전' .. 도시 무협 판타지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김태균 감독의 '화산고'(2001년) 이후 처음 나온 무협판타지 영화다. 시공의 배경이 분명하지 않았던 '화산고'와 달리 이 작품의 배경은 '21세기 초 서울'이다. 이 시대의 우리 이웃이 장풍과 경공술,그리고 공중부양 등 신기의 무공을 펼치는 '한국판 초인영웅전'인 셈이다. 내용은 주인공이 무술을 배워 스승의 원수를 갚는 동양 무협영화의 틀을 따랐다. '헐크''스파이더맨' '슈퍼맨' 등 할리우드의 초인들이 혈통적으로 타고났거나 우연한 사고로 출현한 데 비해 '아라한…'의 주인공들은 혹독한 수련을 거쳐 거듭난 동양의 영웅들이다. 말단 순경인 상환(류승범)과 그의 스승인 칠선도인들은 절대 무공을 갖추고 깨달음까지 얻는 '아라한'의 경지에 오르려고 한다. '와호장룡'에서 해탈을 추구한 주윤발이나 '영웅'에서 대의를 위해 소아를 버렸던 이연걸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라한…' 속의 무협인들은 기계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의 대도시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주변인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서는 '무협'과 '도시'란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서로 충돌한다. 도인들의 수련 장소는 산속이 아니라 대도시 옥상이다. 상환과 도인들의 대사는 여느 이웃집 아저씨와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처럼 격식이 없다. 도인들은 '기인열전'에 출연하거나 전화 사주풀이로 생계를 꾸려야 할 만큼 권위가 추락했다. 이로써 무협은 자연스럽게 코믹으로 변화한다. 상환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윙크를 한다. 주인공 무협인들은 이 시대의 이름없는 장인들이다. 수십 켤레의 구두를 한손에 움켜쥔 구두닦이와 밥판을 여러 층으로 포개 머리에 인 식당 배달부 등이 상환의 눈에 들어온다. 한 분야에 평생을 바쳐 고도의 기능을 보유하게 된 장인들에게 따스한 눈길을 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류 감독의 작풍은 크게 변화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폭력이 주는 공포감을 포착했던 류 감독은 이번에 구경거리로서의 액션에 치중한다. 그러나 '와호장룡'에 비해 구성력은 떨어지고 '영웅'의 주인공들이 지녔던 것 같은 고뇌도 깊이있게 그려내지 못한다. 30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