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업유치' 발벗고 뛴다] (14) 대구 '현장방문 경영'

지난 1월6일 조해녕 대구시장이 외국인 투자기업인 대구텍에 수행원 없이 직접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역 최대의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최근 2천만달러를 들여 공장을 증설중이었다. 이 회사가 공장증설 과정에서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 시장이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홀로 현장을 찾았다. 문제는 공장증설에 따라 전력용량을 기존 1만kW에서 1만4천kW로 증설해야 하는데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공장까지 들어오는 전용회선을 기업부담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 이 회사의 모세 샤론 사장은 1천2백평 규모의 공장 증설을 즉각 중지시켰다. 공장 증설비용의 4분의 1에 달하는 전력공급시설 설치비 58억원도 부담이었지만 기본 인프라인 전력공급시설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사현장을 방문한 조 시장은 "대구시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줄테니 공사를 재개해달라"고 당부하고 돌아왔다. 조 시장은 시청으로 돌아오자마자 한전 대구 지사장뿐 아니라 산업자원부장관까지 만나 이 문제의 해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한전과 대구텍 양자의 양보가 모두 필요한 사항이었다. 조 시장은 수 차례에 걸쳐 한전과 대구텍 간의 협의를 중재하고 나섰다. 3자간 접촉 결과 공장 증설에 따른 전용선로 설치시 업체가 정전사태 등에 대비해 예비선로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한전의 전기공급규칙을 변경키로 했다. 고객이 원하지 않을 경우 자가발전시설 설치를 조건으로 예비선로설치를 면제할 수 있도록 특약조건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텍은 자가발전시설을 보강하는 선에서 예비선로 설치없이 공장증설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행정자치부에 건의해 특별교부세로 전용전력선 증설공사비 3억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결국 대구텍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당초 58억원에서 그 10분의 1인 6억원 이하로 줄었다. 샤론 사장은 "대구시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추가적인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시장은 올해 최고 목표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로 정하고 연초부터 기업 현장방문에 나서고 있다. 섬유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염색 첨단정보기술(IT) 광학 외국인투자기업 등 업종별로 직접 현장을 찾아가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조 시장이 올들어 만난 CEO만 1백4명에 이른다. 하루에 한명꼴로 만난 셈이다. 현장방문을 통해 접수한 기업의 애로사항은 최대한 해결하고 있다. 외투기업들이 요청한 외국인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무동에 2007년 3월 개교 목표로 외국인학교 설립을 추진중이다. 대구시 공무원과 유치 기업을 맺어주는 '기업지원 담당관'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실ㆍ국장, 과장 등 간부들이 유치기업을 맡아 입주계약에서부터 공장가동시까지 전 과정의 민원을 처리해 주고 있다. 기술력 및 성장가능성이 있으나 담보가 부족한 업체를 위해 만일 금융기관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일부를 대구시가 부담하는 파격적인 제도까지 준비하고 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