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사모곡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어머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거칠고 투박하기만 한 어머니의 손을 가슴으로 품어 본 자식은 얼마나 될까. 돌아가신 다음에야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과 희생을 느끼고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소설가 최인호(59)씨가 17년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린 자전적 가족소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여백)를 내놨다. 일기체 수필형식으로 써내려간 소설은 작가의 어머니가 예순여덟살 때부터 시작해 여든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말년의 삶을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을 곁들여 그려간다. 열여덟살의 나이에,신학문을 공부한 열 아홉 총각에게 시집온 작가의 어머니는 9남매를 낳아 그 중 셋을 잃고 3남3녀를 길렀다. 변호사였던 아버지가 마흔 여덟에 세상을 뜬 뒤 어머니는 하숙을 쳐가며 아이들을 키웠다. 넉넉지 못했던 집안의 다섯째로 자란 최씨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말년에 다리를 못쓰게 된데다 치매까지 걸린 어머니가 이제 그만 돌아가시길 은근히 바랐던 '몰인정하고 이기적인 자식'이었다. 그는 또 쓰레기처럼 마음속의 하치장에 어머니를 함부로 버렸음을 실토한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 길거리에서 손에 더러운 검정칠을 하고서 돈을 안 주면 그것을 묻히겠다고 위협하면서 동냥질하던 거지아이처럼 죽음이라는 검정칠을 하고 비겁하게 자식들을 위협하던 할망구 거지로 어머니를 인식하고 있었지요. 비겁하게도 어머니를 볼 수 없고,들리지 않고,말할 수 없는 감옥에 가둬두고 좋은 옷 입히고 매끼마다 고기반찬에 맛있는 식사를 드리고 있는데 무슨 불평이 많은가,하고 산채로 고려장시키는 고문으로 어머니를 서서히 죽이고 있었던 형리(刑吏)였습니다." 그는 또 "어머니에 관한 글을 묶은 원고를 읽고 교정하면서 많이도 울었다"면서 "새삼스러운 그리움 때문이 아니라 살아생전 어머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슬픔이 솟구쳐 올라왔기 때문"이라며 짙은 회한의 감정을 토로한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어머니가 말년에 미국에 사는 딸에게 갔다가 철자법이 틀린 글씨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식에게 쓴 편지도 소설 속에 공개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