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거꾸로 가는 공정위의 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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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규제강화,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 한도축소 등 기업개혁 방침을 내놓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이런 조치들이 개별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자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구조본의 비용조달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겠다는 공정위의 정책이 우선 그렇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공정위가 무슨 근거로 독립법인도 아닌 기업내 개별 부서의 자금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공정위가 정책과 경영간섭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은 최근 출자규제 때문에 13개 그룹중 9개그룹이 2조2천억원의 투자를 포기했다는 구체적인 조사보고서까지 내놓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은커녕 '재계의 정치적인 발언'으로 비난함으로써 감정적인 대립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업규제라는 점에서 마땅히 폐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공정위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불필요하고 경직된 규제로 인해 투자가 무산되고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빚어온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 축소도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억지규제이다.
더구나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을 대항수단을 없애 우량기업의 경영권 위협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금 우리경제의 핵심과제는 어떻게 하면 투자를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기업들의 투자부진 때문이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특히 공정위의 기능은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경쟁촉진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쟁을 활성화시키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출자총액제한 등 비합리적인 재벌규제는 하루빨리 철폐되어야 할 것이다.감정적인 대응으로 규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투자확대를 위한 해법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공정위가 재계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되살릴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습부터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