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비료와 폭약, 두 얼굴의 질산암모늄..朴星來 <외대 교수>

지난주 북한 용천역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원인이 질산암모늄이라고 한다. 북측 발표를 보면 "질안비료를 적재한 화차들과 유조차들을 갈이(낡은 부분을 떼어내고 새 것으로 바꾸는 일)하던 중 부주의로 인해 전기선에 접촉돼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발표에 나타난 것처럼 질산암모늄은 중요한 비료다. 하지만 그것은 또 놀라운 폭발물로 바뀔 수도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79% 이상의 질산암모늄을 함유한 비료는 폭발물로 특별 취급할 정도다. 실제로 테러리스트들이 이를 화약으로 바꿔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물질이 농부가 논밭에서 사용하면 작물을 길러주는 고마운 비료가 되지만, 테러리스트가 사용하면 무서운 폭약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서 나는 우리 화약의 발명자 최무선(崔茂宣)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오늘날 '노벨상'을 남긴 알프레드 노벨을 생각한다. 이번 폭발사고의 원인이 된 질산암모늄이 바로 최무선의 흑색화약과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의 연장선에 있는 물질이다. 그리고 흑색화약이나 다이너마이트 역시 똑같이 인간에게 축복이면서 재앙이기도 하다. 최무선이 화약을 발명한 것은 1377년. 아마 그 얼마 전에 그는 화약을 처음 국산화해서 이 해에 화통도감(火火甬都監)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그 때 그가 만든 화약이란 흔히 '흑색화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황 숯가루 염초(질산칼륨)를 섞어 만든 것이다. '고려사'를 보면 그 전에 이미 중국(元나라)에서 화약을 수입해 가끔 불꽃놀이(火山臺)에 썼던 것을 알 수 있다. 최무선의 화약 국산화로 고려는 그것을 불꽃놀이만이 아니라 무서운 무기로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성계는 최무선의 화약무기 덕택에 화약을 모르던 왜구를 쉽게 소탕할 수 있었고, 그 덕택에 새 왕조를 세우는 주역이 됐다. 즐거운 불꽃놀이에도, 그리고 전쟁 무기로도 최무선의 화약은 중요했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다이너마이트란 그리스어로 '힘' '운동'을 뜻하는데, 원래 니트로글리세린을 함유한 폭약을 가리킨다. 니트로글리세린은 1846년 이탈리아의 소브레로가 처음 합성한 것으로, 그 전까지 사용되던 흑색화약보다 월등한 폭발력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노벨은 1863년 니트로글리세린에 뇌관을 발명해 붙여서 폭발을 간단히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듬해 그의 니트로글리세린 생산 공장이 폭발해 동생 에밀 등이 폭사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2년 뒤 그는 충격에 약해 걸핏하면 운반 도중에도 폭발하는 이 폭약을 규조토(硅藻土)에 흡수시켜 안정되게 고쳐 만드는 방법을 발명했다. 이런 몇 단계의 발명으로 노벨의 니트로글리세린은 믿을 수 있는 폭약이 되어 세상의 모든 광산이나 건설 현장에 절대로 필요하게 됐고, 여러 나라에 노벨공장이 세워졌다. 돈을 억수로 모을 수 있게 됐음은 물론이다. 독신으로 지낸 그는 1896년 12월10일 막대한 재산을 '노벨상'으로 남기고 사망했고, 그 상은 해마다 노벨의 제삿날 시상되고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이너마이트의 성분인 니트로글리세린이 엉뚱한 데 효과를 가진 것이 그 후 드러났다. 협심증(狹心症)으로 통증이 왔을 때 혀 밑에 넣으면 흡수돼 1∼3분 무서운 아픔을 벗어날 수가 있다.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이 막혀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심장에 산소가 부족하면 가슴이 죄어오는 통증이 온다. 이 때 니트로글리세린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 즉 관상동맥을 확장시켜 준다는 것이다. 흑색화약, 니트로글리세린, 질산암모늄 모두가 인간에게 축복이면서 재앙인 것이다. 어디 이것들 뿐일까? 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재앙인 것을…. 그리고 그 축복도 재앙도 규모는 날로 커져만 간다.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에는 또 어디서 어떤 더 큰 재앙이 인간에게 덮쳐 올 것인지 다음이 더 두려워진다. parkstar@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