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구조조정 단상 .. 김충훈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

chkim@dwe.co.kr 지난 30여년간의 직장생활에서 나는 구조조정 관련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15여년 전 대우전자 관리혁명 추진의 리더로서,또 외환위기 때 효성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 지금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CEO로서 구조조정을 통한 회사의 도약을 위해 전심전력하고 있다. 흔히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사람을 줄이고 사업을 축소 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구조조정이야말로 과거 성장위주 경영철학의 폐단을 고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며 기업을 살리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다음의 3가지 방침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첫째 이익중심의 경영체제 개편이다. 과거에는 많은 기업들이 이윤추구보다는 외형 확대에 치중했다. 이런 확대 경영이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차입경영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돼 부실의 원인이 되고 사회의 거품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둘째 선택과 집중전략이다. 모든 조직은 그 나름의 역사와 문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제반조건을 고려해 전체 사업을 핵심과 비핵심,성장과 쇠퇴,고수익과 저수익 등의 기준으로 나누고 육성사업을 선택해 세계 1,2위 혹은 국내 1위로 올라설 수 있도록 회사의 자원과 기술을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 재무구조 개선이다. 자기자본비율 및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재무구조를 개선해 회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구조조정의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은 여러 종류의 과실나무를 가진 과수원의 가지치기에 비유할 수 있다. 과실 및 나무 하나 하나를 잘 조사해 그 과실의 시장성 및 경쟁상대를 검토하고 나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 어떤 나무는 뿌리째 뽑아버리거나 팔아버리고 어떤 나무는 가지치기를 하며 선정된 좋은 나무는 비료를 주고 가꿔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묘목은 계속 심어야 하며 구조조정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사업구조 재편 및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를 새롭고 더 좋게 만드는 것,파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구조조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