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세계가 인정한 현대ㆍ기아차 기술력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미국 국책사업인 연료전지 자동차 시범사업 시행자로 선정된 것은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연료전지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시범사업은 그런 계획의 일환으로 현대ㆍ기아자동차를 비롯 GM 포드 도요타 등 5개 컨소시엄이 시행자로 선정된 것이다. 한마디로 차세대 자동차 분야에서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이들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시범사업이라고는 하지만 그 기대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사실상 개발을 마친 수소 연료전지차(투싼)의 상용화 추진이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현대ㆍ기아자동차로선 가장 필요한 것이 신뢰성 확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시범사업자로 선정됨으로써 연료전지 기술 표준화라든지 각종 법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효과다. 앞으로 기술장벽 등 비관세장벽을 넘어서기가 그만큼 수월하다는 얘기다. 이 뿐이 아니다.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장 미국시장에서 현대ㆍ기아자동차의 브랜드 가치나 이미지 제고 등 유ㆍ무형의 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개가가 있기까지의 과정도 눈여겨 볼 대목들이 있다. 우선 한가지는 처음부터 글로벌 기술개발 전략을 생각했다는 점이다. 2000년부터 미국 유티시퓨얼셀과 역할분담으로 기술개발을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 이미 알려진 로드맵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사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대체연료 환경자동차 분야 중 하이브리드(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동력원을 이용) 부문에서는 선진 메이커와 경쟁할 수 있는 핵심기술 축적이 부진했다. 그러나 이에 연연하지 않고 더 선진적이라고 할 연료전지 분야에 집중한 것이 오늘의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측면들은 자동차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어쨌든 이번 일이 자동차산업 발전의 좋은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한 경쟁이니만큼 세계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