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해산-재창당론' 파문.. 당선자 연찬회

한나라당이 29일 국회에서 개최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는 박세일 당선자가 주장한 '재창당론'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또 당 정체성,지도체제문제 등을 둘러싸고도 세대간·정파간의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다. ◆재창당·당명개정=박 당선자는 이날 '정치개혁과 한나라당의 과제'라는 제목의 연찬회 강연 원고에서 "(한나라당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와 단호하게 단절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미래 희망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당을 법률적으로 해산(청산)하고 17대 교섭단체 등록과 함께 재창당하거나 △법률적 단절은 하지 않으면서 전당대회에서 당명·당 강령·정강정책·당헌과 당규 등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등 두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박 당선자는 '재창당' 주장이 논란을 일으키자 실제 강연에선 "재창당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당명 등의 개정을 통해 정치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안택수 의원은 "한나라당의 중요 자산도 많은 만큼 먼저 당의 체질개선을 이룬 뒤 단계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소장파 의원들도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권영세 의원은 "정당이 해산하게 되면 모든 재산은 국가에서 환수하고,부채는 탕감받는다"며 "한나라당이 불법자금 등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해산하게 되면 비겁하게 비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희룡 의원은 "재창당 문제는 검토해볼 수 있다"며 다른 시각차를 보였다. 당 안팎에선 박 당선자가 '재창당론'을 거론한 배경에는 1천억원대에 달하는 이른바 '안풍(安風)자금'에 대한 국고 환수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당명 개정에 대해선 "'차떼기 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대체적으로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정체성=이날 정체성 격론은 주로 장외에서 이뤄졌다. 연찬회가 강연과 경제·민생 살리기 주제의 10개 분과별 분임토의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소장파와 개혁성향의 당선자들은 '수구적 이미지'가 강한 우편향의 당 노선을 '중도우'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중진들은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함으로써 여당인 열린우리당, 원내 3당으로 약진한 민주노동당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남경필 의원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보여온 정체성은 '수구적·퇴행적 보수'였다"며 "제대로 된 보수로 가려면 '중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 시절부터 중도보수,개혁보수 노선을 걷고 있다"며 "소장파들은 말로만 개혁을 떠들게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도체제=홍 의원은 "이제 1인의 '카리스마'가 아닌 수평적 지도체제가 필요한 시대"라며 집단지도체제를 옹호했다. 그러나 남경필 정병국 의원 등은 "지금은 원내 정당화,정책 정당화 문제를 논의해야지 지도체제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며 "원내 정당화가 이뤄지면 중앙당의 기능은 오히려 약화되는데,집단지도체제로 당의 머리를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영식·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