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국가 IR 한번으론 충분치 않다

홍콩 런던 뉴욕 등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열린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한국경제설명회(IR)가 28일 끝났다. 세 번의 경제설명회와 이 부총리의 현지 금융관계자 면담에서 해외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총선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이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넘고,민주노동당이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 진입하는 등 한국 정치구도에 큰 변화가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궁금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자들이 우리 정부의 정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외국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하면 핵심이슈는 단연 '북핵 문제'였다.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할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도 바로 '북핵'이었고,때문에 현역 장성까지 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에 참석하곤 했다. 사실 우리 정부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 궁금해 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해외투자자들이 왜 북핵문제를 뒤로 제쳐놓고 정부 정책의 변화에 초미의 관심을 갖게 됐을까. 이들은 우리 정부의 정책 변화가 북핵변수보다도 더 투자의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실제 이 부총리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S&P를 방문했을 때 이들의 질문이 정부의 정책변화 가능성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그런 결론을 내려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설명회가 바로 그런 점을 고려해서 기획 추진된 것이고, 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해외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때문에 정부는 앞으로도 재계 등 민간부문과 함께 이번과 같은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시행,이들이 더이상 한국투자를 불안해 하지 않도록 충분히 납득할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정책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책임있는 정당으로 정책발표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 당선자 연찬회에서 당의 정체성을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는 균형'으로 결론내 다소나마 안심을 갖게 됐지만 모든 국민과 해외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오히려 진보성향 당선자들이 개혁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토론과정에서 나타난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노선 갈등에 더 주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도 이를 불식시키고 해외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