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라코스떼' ‥ 테니스복, 스포티룩 되다

지금은 브랜드의 로고나 심벌을 옷 바깥쪽에 드러내는 디자인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회사의 상징을 노출시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70여년 전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프랑스 한 의류업체가 셔츠의 왼쪽 가슴부분에 녹색 악어를 수놓기 전까지 로고와 심벌은 옷 안쪽에 숨어있어야만 했다. 그 녹색 악어가 달린 셔츠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라코스떼(LACOSTE)다. 학창시절 멋 좀 냈던 30,40대에게는 가짜라도 입고 싶었던 '있는 집 아이'의 상징으로,골프를 즐기는 50,60대에게는 한 벌쯤 갖춰놓아야 하는 필드웨어로,20대 젊은이들에게는 감각적인 캠퍼스웨어로 기억되는 브랜드. 라코스떼 브랜드의 창시자는 테니스 챔피언을 지낸 르네 라코스떼다. 1920∼30년대 프랑스 테니스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그는 각종 대회를 휩쓴 훌륭한 운동선수이자 머리 좋은 발명가였다. 목재 라켓의 그립에 외과용 반창고를 처음 감았고 철제 라켓을 최초로 사용한 이가 바로 그다. 라코스떼의 대표 상품인 '1212 셔츠'도 더 좋은 운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에서 태어났다. 1927년 미국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던 그는 '미국 코트에서의 더위를 좀 더 쉽게 견디기 위해' 개인용 셔츠를 주문했다. 당시 테니스 선수들은 앞단추와 소매단추를 꽉 채우고 칼라까지 단 흰색 면직 드레스 셔츠를 경기복으로 입었다. 예의 바르게 보일지는 몰라도 활동성과 위생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복장이었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감기에 걸린 르네 라코스떼는 그 원인이 '헐렁한 셔츠'에 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그는 착용감이 뛰어나면서도 땀을 완전히 흡수하는 원단을 사용하고 반소매에 앞 단추가 달린 셔츠를 새롭게 개발해 냈다. 팔꿈치가 드러나는 데다 몸에 붙는 형태의 이 셔츠는 점잖지 못하다고 해서 프랑스테니스연맹을 언짢게도 했지만 선수들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933년 르네 라코스떼는 당시 패션업계의 거물 앙드레 질리에와 손잡고 '슈미즈 라코스떼'라는 의류 회사를 설립해 셔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꼬리를 굽히고 입을 벌린 녹색 악어는 브랜드 런칭 이전에 태어났다. 1925년 한 미국 기자가 "젊은 라코스떼는 진짜 악어와 같이 싸웠다"라는 관전기를 쓴 이후 르네 라코스떼는 악어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됐으며 자신의 재킷에 악어 로고를 달고 다녔다. 악어와 함께 또 하나의 브랜드 상징은 '1212셔츠'다. 처음 선보인 이후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인들의 사랑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쁘띠 피케 저지'라는 원단에 숨어있다. 라코스떼 셔츠를 자세히 보면 작은 벌집 모양의 요철이 있는데 바로 그 올록볼록 모양이 옷감의 통풍성을 살려주고 무게를 가볍게 하며 상쾌한 착용감을 주는 비밀이다. 벌집 모양의 요철은 원형 방직기 프레임 안에서 여러 바늘을 동시에 사용하지 않고 번갈아 움직여 직조하는 라코스떼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실에 대한 브랜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라코스떼 셔츠에 들어가는 실은 고급 면사 생산지로 유명한 이집트 기자 지역의 원면으로 만든 88수 원사. 보통 이집트산에 미국산과 페루산 원사를 섞고 40수를 사용하는 일반 셔츠와는 품질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품질의 셔츠로 의류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라코스떼지만 지금은 명실상부한 라이프 스타일 지향의 패션 브랜드로 불린다. 셔츠뿐 아니라 스포츠웨어 여성복 아동복 향수 등 다양한 장르의 상품에서 녹색 악어를 만날 수 있다. 설현정 패션전문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