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교육 근절 '절반의 성공' ‥ EBS 수능강의 한달

교육방송(EBS) 수능강의가 출범 한달째를 맞으면서 학교 현장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시작된 수준별 보충학습,야간 자율학습과 함께 상승효과를 내면서 사설학원에 학생을 빼앗겼던 학교들이 서서히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유명학원 강사들의 강의에 목말라온 지방도시 학생들이 EBS 강좌로 몰리고 있다. EBS 강의가 인기를 더해가면서 사교육시장의 충격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지만 과외를 완전 근절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사교육시장에서 서울의 명문 대형학원들은 버티지만 지방도시와 서울 변두리 중소학원들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제자리 찾는 학교=29일 오후 7시 울산 남구의 학성고(교장 안종혁) 멀티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되자 3학년 학생 1백여명이 저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EBS 강의 시청에 들어갔다. 자신의 모자란 과목을 선택,1시간 동안 강의를 듣는다. 바로 옆에선 4백여명의 학생들이 대형 프로젝션 TV를 통해 함께 EBS 강의를 보고 있다. 3학년 정모군(18)은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면 어머니가 낮에 EBS 인터넷사이트에서 내려받아둔 강의를 보고 새벽 1시께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3학년 한동협군(18)도 "EBS 강의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선생님이 EBS 강의를 보고 수업자료로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재철 이 학교 연구부장은 "상대적으로 사교육 혜택을 못보던 지방에서 EBS 강의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원가는 구조조정 중=교육방송과 야간자율학습 조치 이후 사교육 업계는 혹독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주로 서울 및 신도시 주택가와 지방도시 중·소형학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고등학교 3학년생 전문학원인 E학원의 경우 학생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습학원들의 타격이 심각하다"며 "폐업했거나 고려중인 학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스타강사들을 보유한 대형학원은 여전하다. 서울 노량진 한샘학원에서 수리I을 가르치는 김상희 강사는 "EBS와 차별화된 강의를 하는 유명 강사들만이 살아남는 분위기"라며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학원에 취업하는 강사들은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교육 완전근절 하기엔 미흡=서울 계성여고의 경우 지난 4월 초 EBS 시청을 위한 특별실을 마련했으나 갈수록 참여 학생이 줄고 있다. 이 학교 이모 교사는 "EBS 강의가 어떻게,얼마나 수능에 반영되는지 분명한 방향이 없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며 "학원을 안 다녀도 될 것 같던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EBS 교재나 강의가 급조된 인상을 주는 데다 몇몇 강의는 소위 '스타강사'의 기교에만 의존하는 듯하다"며 "정규 수업과 별도로 진행돼 학습 부담이 커진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인식·김현석·송형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