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환경…자연…一體 ‥ '대지미술' 작가 리처드 롱 개인전

대표적인 "대지미술(Earth Works)"작가인 영국출신의 리차드 롱(59)이 4일부터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자연석과 기와 나무 등 한국에서 수집한 재료를 이용한 설치작품들을 선보인다.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태동한 대지미술은 전통미술의 방법과 형식에서 벗어나 바위 토지 나무같은 자연을 소재로 작업한다. 예술행위를 자연 환경과 연계시킴으로써 현대의 소비중심인 물질주의 성향을 거부할 뿐만아니라 미술애호가나 화상(畵商)들을 위해 작품을 생산하는 것도 거부한다. 리처드 롱의 대지미술은 장 크리스토 등 미국 작가들의 작업과 차이가 있다. 미국 작가들이 불도저를 이용하거나 항공기에서 사진을 찍는 등 인공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데 반해 리처드 롱은 철저하게 '손작업'에 의존하는 작가다. 그는 '자연을 다루는 작가'라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도구를 일절 배제하고 기록도 카메라에만 의존한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은 '걷기'다. 작가는 도보로 이동하면서 땅 위에 지표를 세우고 꽃을 따거나 돌멩이 혹은 나무조각을 전시장으로 가져와 재배열한다. 도보를 통한 이런 예술행위는 새로운 퍼포먼스이면서 다양한 문화를 연결시키는 '고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작가는 20여개국을 방문할 때마다 철저하게 혼자 오지를 탐방한다. 10여년 전 첫 방한 때도 8일 동안 혼자 소백산을 등반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간동 한옥집에서 주워 온 기와,강가에서 가져 온 돌멩이 등을 이용해 원형 또는 나선 형태로 나열한 설치작인 '경복원(圓)' 등을 보여준다. 6점의 사진은 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작가 행보의 흔적을 담은 증거물이다. 흙 드로잉작인 'Spring Spiral'은 전시장의 한 벽면에 진흙으로 그려낸 벽화작업으로 손 제스처와 물 움직임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출품작들은 설치 사진 드로잉 텍스트 등 다양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한결 같이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개념미술만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선(禪)의 가르침,또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동양철학을 근저에 담고 있다. 6월13일까지.(02)735-8449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