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터넷 나눔문화 ‥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

cbyoon@hanaro.com 흔히 '나눔문화' 하면,오피니언 리더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기부'만을 연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말연시 등 특정 시기가 오면 언론매체를 통해 어김없이 다양한 헌금의 손길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눔문화'의 참뜻은 이같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아날로그적 '기부문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눔'의 참뜻은 사람들이 서로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자발적으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과 쌍방향으로 나누는 데 있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은 돈 의복 생활용품을 비롯해 지식,봉사,따뜻한 정(情)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유형의 돈과 의복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생계수단으로 중요하고,무형의 지식과 책에 담긴 철학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자산이 될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 우리의 많은 이웃들과 '나눔문화'의 실천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가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상에서 나눔문화의 대표적인 실천사례로 '정보트러스트운동'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무형의 자산인 개인의 지식과 정보를 디지털화해 사이버공간에 보전,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케 하는 운동이다. 또 다른 예로는 2년 전 미국에서 론 혼베이커(Ron Hornbaker)가 시작한 책 나누기 운동인 북크로싱(bookcrossing)을 응용해 지난 3월부터 국내에서 시작된 프리유어북(freeyourbook)운동이다. 이 운동은 책 주인이 한번 읽고 서재에 꽂아두는,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는 책들을 인터넷 상에 등록하고 지하철역 등 오프라인상의 특정장소에 갖다 놓으면,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이트에서 정보를 확인한 후 가져다 볼 수 있는 책나눔 실천 운동이다. 이 밖에도 '아름다운 가게(beautifulstore)' '도움넷(doumnet)' '스몰월드(smallworld)' 등 온·오프라인 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나눔 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서구에 비하면 나눔의 뿌리가 약한 우리로서 아주 반가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진 자산은 유형이든 무형이든 모두가 소중하며 아끼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을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들과 아낌없이 나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실천하는 '나눔의 문화'가 더욱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감사의 달 5월을 맞아 각자가 가진 그 무엇인가를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한번쯤 고민해 보는 것도 큰 기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