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

4·15 총선 이후 한국 경제의 해외시각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 중 경기문제에 대한 해외시각은 이렇다.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이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국내경기는 안좋은 '차별화(de-coupling)'로 요약된다. 3월 이후 수출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일부 경제각료들의 낙관적인 경제전망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러 요인이 지적되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크게 두가지 점을 꼽고 있다. 하나는 경제주체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국경제 시스템이다. 1962년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한 이래로 40년이란 짧은 기간동안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갖출 만큼 압축성장한 데에는 '하면 된다(can do)'는 정신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요즘은 어떤가. 무엇보다 소득불균형 심화,부동산값 급등으로 젊은 경제주체를 중심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고 있다. 오히려 불로소득과 같은 지대추구형 사회(rent-oriented society)가 만연되면서 정상적인 대가를 받고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제는 '하면 된다'는 정신이 퇴색하면서 한국내에서는 '해서도 안된다(can not do)'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차별화의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경제구조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다. 과거 우리 경제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특정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다른 기업으로 파급되는 소위 허쉬만의 연관효과(linkage effect)가 높았다. 이것이 요즘처럼 수출이 좋으면 민간소비로 연결돼 경기가 회복된 주요인으로 작용했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우리 수출에 따른 혜택이 특정기업에만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당시 자주 인용됐던 '아랫목-윗목경기론'으로 최근 상황을 비유한다면 일부 수출이 잘되는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아랫목은 경기가 좋다 못해 새까맣게 탈 정도로 잘되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윗목은 여전히 냉기를 느끼고 있는 상태다. 결국 이 두가지 차별화 요인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모습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부 각료의 시각대로 올해 성장률이 6%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반사적인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는 점이다. 과거 금융위기국의 경험을 본다면 한 나라 경제가 냄비론적 상황에 빠지면 외국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특히 우리처럼 이미 윔블던 효과(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현상)가 심한 국가에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면 국부유출과 경제정책의 무력화,기업경영권 위협 등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부문의 개혁을 추진할 때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지적하고 있는 두가지 차별화 요인을 개선하는데 우선적인 목표를 둘 필요가 있다. 소득불균형 완화와 부동산가격 안정 등으로 경제주체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경제구조의 질적 개선을 통해 역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상황에 따라 경제를 전망하는 일부 우리 각료와 달리 투자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의외로 우리 경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