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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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안아만 주면 안돼요? 남자들은 다 똑같애 다 개들이야...당신도 그 사람도..." 선화(성현아)는 남자란 오로지 섹스만 밝히는 동물이라고 질타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7년만에 자신을 찾아 온 두 남자 문호(유지태)와 헌준(김태우)을 받아 들인다.
홍상수 감독의 새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를 통해 사랑의 환상을 파헤친 영화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관계를 다뤘던 그의 전작 '생활의 발견'과는 설정만 약간 바뀌었을 뿐 주제는 같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질투와 망상의 표출이며 분노와 연민의 드러내기일 뿐이다.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랑의 통념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세 주인공에게 사랑이란 상대의 감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수용하면서 자극적인 체험에 뛰어드는 행위다.
남자는 보다 능동적이고 여자는 수동적이다.
선화는 자신이 욕했던 남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세 남녀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정쩡하며 미래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명백한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진실을 말하지도 않는다.
이는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무너져 버린 현실에서 관객들이 빠지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홍 감독은 이 점에 주목한다.
허위로 가득한 일상의 한 토막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놓고 관객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일상을 옮겨놓는 형식으로 그는 우선 영화적인 은유와 상징 체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인물들은 일상의 생활 공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그들이 대화 중일 때 카메라는 고정된 채 두 사람을 모두 화면에 담아 롱테이크(길게 찍기)로 보여준다.
화자를 단독으로 클로즈업해 관객들과 직접 대면시키는 방식과 달리 이 기법은 관객을 관찰자로 머무르게 한다.
카페에서 여급이 손님 테이블에서 카운터쪽으로 이동할 때 팬(좌우로 돌려 찍기)기법을 선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팬은 인물과 공간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여기에서는 인물들 간의 (정서적인) 거리감을 강조하고,영화와 관객의 간격을 유지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5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