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ㆍ勞 탐색전] 玄 "하향평준 말이되나" 魯"노동문제에 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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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민주노동당이 4일 첫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호텔에서 만나 경제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총론에서만 공감대를 이뤘을 뿐 기업규제 완화,소득 재분배,부유세 도입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현격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여서 설전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철길처럼 수평선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상당한 신경전이 벌어졌음을 시사했다.
◆성장이냐 분배냐
현 부회장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말로 대화를 열었다.
현재의 위기국면 탈피를 위한 가장 유력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단은 기업의 투자인 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기업의욕을 고취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것.
또 과거엔 한국만의 특성이 있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글로벌스탠더드만 있고 차별화가 안돼 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총장은 이에 대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소득재분배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며 "그것이 결국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맞받았다.
현 부회장은 "성장이 우선이냐,분배가 우선이냐에 대해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며 "소득의 원천을 키우지 않는 재분배로는 소득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유재산과 경쟁의 가치관이 있을 때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며 "낮은 계층의 소득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지 하향평준화가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자리 창출
노 총장은 "사회복지를 확충하면 결국 임금부담이 줄어들고,일자리 창출여력이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사회복지는 국가 영역인 만큼 정부가 해줄 일"이라고 잘라 답했다.
노 총장은 국가가 무슨 재정으로 하느냐며 국가재정도 결국 고소득층의 세금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현 부회장은 노 총장의 반박에 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는게 최대의 복지라며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문제나 노사문제 등도 우선 일자리를 창출해서 현재의 위기국면을 벗어날 때까지는 규제완화 등의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유세·법인세 논란
노 총장은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민노당의 일관된 공약을 되풀이했다.
현 부회장은 노 총장의 발언에 대해 "세금 종류가 적어서 문제가 되는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세원발굴등 세무관리 측면에서 접근하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노 총장은 "민주노동당은 탈루세금 잡아내는 일도 당연히 하겠지만 한국의 법인세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과 비교해 매우 낮다"는 말로 현 부회장을 반박했다.
현 부회장은 그러나 "경쟁상대인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한국의 세율이 훨씬 높다"며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율이 낮다고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외자유치를 해야 하는데 법인세도 경쟁상대국보다 높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과 노동 문제
노 총장은 정치자금 얘기를 꺼냈다.
국민들이 기업에 실망하고 불신하고 있으니 정치자금을 기업들이 안 내겠다고 선언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현 부회장은 "재계가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개별적으로 내는 기업은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하다보니 정치자금 문제로 내게 전화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동문제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노 총장이 "경총이 노총의 카운터파트로 있는데 노동문제에 대해 전경련이 개입하는 것이 모양새가 안좋다"고 공격하자 현 부회장은 "경우에 따라 경제단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게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정태웅·양준영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