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청와대 대변인 1년

7일로 윤태영 대변인이 '청와대의 입' 역할을 한지 1년이 된다. 지난 한해 청와대는 영광과 보람보다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 기간은 윤 대변인에게는 도전의 시기인 동시에 시종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의 하루하루였을 것이다. 그동안 설과 추석 당일 등 단 3일만 쉬었고,못마시던 술도 늘어 폭탄주 몇잔은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어린이날인 5일에도 출근,김우식 비서실장이 대행한 5백여명의 불우어린이 초청행사에 참석했다. "대변인을 계속하게 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변인은 "부처 공보관들도 1년이면 바꿔준다는데….한 자리에 너무 오래있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고 지쳐 이젠 보직을 바꾸고 싶다는 바람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나 본인 희망과 달리 대변인 역할을 '한참 더' 할 것이라는 전망이 청와대 내부에서 들린다. 성실성을 인정받은 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읽는다는 설명과 함께. 윤 대변인의 지난 1년을 놓고 개인적 공과나 성취로만 접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청와대의 기자실 개방,동시에 비서실 등 기자실외 공간에 대한 기자 접근금지,수시로 내려진 대(對)언론 함구령,초기에 잠시 활성화되다 이내 중단되다시피한 참모들의 브리핑,오보(誤報)소송….일일이 나열하기에는 너무 많은 언론관련 제도변화의 정점에 윤 대변인이 있었다. 기자들 취재와 청와대의 대언론관계에서 공식적인 접점이 그였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해 자정 넘어까지 기자들이 전화로 취재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윤 대변인은 청와대의 입을 넘어 기자들의 정보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구실도 했다. 전화를 잘 받았다 해서 현안을 일일이 잘 알려줬단 얘기는 물론 아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강조해도 보안역량이 기자들의 취재력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며 1년째를 맞는 또다른 소회도 말했다. 1년여동안 정부와 언론관계,취재여건은 급변했다. 청와대가 언론관계에서 '대변인의 개인기'에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