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활성화] 부실社 싹쓸이 外資에 '대항마'로

정부가 6일 발표한 '사모(私募)펀드 활성화 방안'은 국내 일반기업이나 금융회사, 각종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민영화 대상 은행이나 부실기업(구조조정대상 회사)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하겠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제한에 대해서도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대기업집단을 사모펀드 출자자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동일 계열 대기업집단이 사모펀드에 10% 이상 출자하거나 무한책임투자자(general partner)로 참여할 경우에는 사모펀드를 산업자본으로 간주, 은행지분 4% 초과분의 의결권행사를 제한하기로 하는 등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겠다는 원칙은 '유효'함을 재확인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도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출자총액제한 예외 규정을 축소키로 하는 등 대기업에 대한 '투자 족쇄'는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다. ◆ 대기업, 은행지분 13.6%까지 의결권 행사 가능 정부는 동일 계열 대기업집단의 사모펀드 투자비율이 10% 이하고 유한책임투자자(limited partner)로 참여할 경우에는 사모펀드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만약 특정기업이 은행지분 소유제한선인 4%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이 회사가 10% 출자한 사모펀드가 나머지 지분 96%를 인수할 경우 이론상 이 회사는 보유주식 지분(4%)과 사모펀드 출자 의결지분(96%의 10%에 해당하는 9.6%)을 합해 13.6%까지 은행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은행을 인수하는 사모펀드에 산업자본이 무한책임투자자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산업자본의 실질적인 금융지배를 차단하기로 했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은행을 소유하는 사모펀드의 운용이나 손실부담은 무한책임투자자가 책임지도록 돼 있다"며 "산업자본의 출자비율을 10% 이내로 제한한 건 경영권 행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기업(대주주 포함)이 사모펀드에 10% 이상 투자할 경우 사모펀드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간주되기 때문에 4% 초과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 기업인수시장 활성화될 듯 정부는 사모펀드가 활성화될 경우 민영화 대상 은행이나 부실기업 매매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주식 단타매매에만 관심을 갖고 연ㆍ기금 등도 장기 주식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부실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각종 컨소시엄이 사모펀드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사모펀드가 투자할 경우 반드시 해당기업 지분의 10% 이상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업인수나 경영권 행사에 관심이 있는 중장기 자금을 사모펀드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사모펀드가 일반 주식투자나 파생금융상품, 외환시장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포트폴리오 투자'는 아예 금지시키거나 출자금의 5% 이내에서만 허용할 방침이다. 외부 자금차입을 원칙적으로 금지(긴급 운영자금에 한해서만 출자금의 5% 이내 차입 허용)시킨 것도 사모펀드의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 출자총액제한 완화 논란 부를 듯 재경부는 대기업집단이 사모펀드에 출자한 금액에 대해서는 기업지배 목적이 아닐 경우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공정위와 협의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출자지분이 30% 미만이고 최대주주가 아닐 경우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예외조항을 원칙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재경부와 공정위간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