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독성] 담배엔 발암물질 69종 '우글우글'
입력
수정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KT&G(전 담배인삼공사)측에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 등 담배 관련 자료를 공개토록 명령했다.
저타르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운지를 둘러싸고 국내외 담배회사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길이 84mm(일반 담배)에 불과한 담배가 과연 인체에 어떠한 해를 미칠까.
담배에는 4천여종의 화학 물질이 들어 있으며 이중 확인된 발암 물질은 69종에 이른다.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 등 독성 물질까지 함유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의사들은 지적한다.
국립암센터가 최근 '담배의 독성 발암물질'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의 발표내용을 중심으로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 저타르 담배도 폐암 일으킨다
타르가 적게 함유된 담배(마일드 또는 라이트)를 피우면 일반 담배보다 해가 적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타르가 함유된 양에 따라 담배 맛이 독하거나 순하게 느껴지지만 폐암을 유발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저타르 담배의 경우 더 피우게 되므로 흡연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의사들은 지적한다.
현재 담배 포장지에 표기된 타르와 니코틴 양은 실제 담배에 포함된 타르와 니코틴의 양이 아니라 흡연 기계로 필터에 걸러져 측정된 양이다.
문제는 흡연자들이 기계처럼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타르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은 담배 연기를 더 깊이 마시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연기를 내뿜는다.
흡연 기계로 측정된 양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김대현 계명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타르 담배의 독성물질 함량은 일반 담배와 유사하다"며 "일반 담배에서 저타르 담배로 바꾸더라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방사능 물질도 대량 발생
담배 잎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처럼 미량의 자연방사능 물질이 들어있으며 발암 물질인 폴로늄-210과 납-210이 특히 많이 들어 있다.
담배 한 개비에 들어 있는 폴로늄-210과 납-210에 의한 방사능 피폭량은 적지만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면 자연방사능에 의한 피폭량을 훨씬 넘게 된다.
담배를 하루에 1∼2갑 피울 때 폐 상피세포가 받는 방사능 피폭량은 8천∼3만1백밀리Rem(방사선흡수량)에 이른다.
이는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연간 방사능 피폭량(1백밀리Rem)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방사능 물질이 내는 방사선으로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 있는데 폴로늄-210은 감마선에 비해 20배나 센 알파선을 방출해 DNA를 심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정준기 서울의대 핵의학과 교수는 "담배 연기에는 방사능 물질 외에도 다양한 발암 물질이 들어 있다"며 "폴로늄-210이 다른 발암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암 발생 위험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담배 연기에는 발암 물질 많아
담배 연기는 흡연자가 연기를 들이마신 후 직접 내뱉을 때 발생하는 주류연과 담배가 탈 때 나는 부류연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간접 흡연으로 인해 흡입되는 연기의 80%가 부류연이다.
부류연은 주류연보다 낮은 온도에서 타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더 많이 들어있다.
간접 흡연만으로도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류연에는 주류연보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 물질인 벤젠이 13∼30배, 2-나프탈아민이 30배, 벤조피렌이 2.5∼3.5배 더 들어있다.
30년 이상 집에서 흡연을 한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가 폐암에 걸릴 위험은 비흡연자의 아내보다 3.1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국내에서 보고됐다.
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간접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자궁경부암, 허혈성 뇌졸중, 유산, 저체중아 출산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