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토끼'만 잡은 EBS

"EBS 수능방송과 야간자율학습 실시 이후 재학생 수강생의 수가 30%나 줄었어요."(서울 노량진 H단과학원 교무부장) "동네 고3만을 대상으로 한 보습학원들은 대부분 망하기 직전일 겁니다. 우리 학원도 평일 저녁에는 10개 강의실 중 3개만 쓰고 있다니까요."(송파구 Y학원 대표) "지인이 운영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이트인 G사는 오픈을 위해 16억원가량을 투자했지만 결국 얼마전 사업을 접었습니다."(S인터넷교육업체 대표) EBS수능방송과 야간자율학습이 동시에 실시된 지 한 달여만에 온오프라인 학원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너도나도 '망하기 직전'이라고 한숨만 내쉰다. 일견 정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타격을 입었다는 곳 중 교육인적자원부가 '타깃'으로 잡고 있던 고액 과외나 '스타강사'를 다수 보유한 대형 유명학원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학생 1인당 월 10만원 미만의 학원비를 받아 운영해오던 '생계형' 학원들뿐이다. 요즘 학원가에 '호랑이를 잡기 위해 놓은 덫에 걸려든 것은 토끼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고가 사교육시장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강남의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EBS 수능방송으로 4월 매출이 5%가량 줄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회복하고 있어 5월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명 강사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나가는 고액 과외 시장은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BS 수능방송은 사교육 시설이 부족한 지방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콘텐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하다. 교육 및 부동산시장을 왜곡한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고액 과외와 대형 유명 학원들이 여전히 성업하면서 고액의 사교육비 지출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