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공략 손자병법]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로 다변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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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병법의 고전으로 통하는 손자병법에서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을 뚫는 지혜를 얻고 있다.
즉 공략대상인 4개국의 정치ㆍ경제ㆍ문화 사정에 맞는 다양한 계략과 작전, 병참, 정보전략 등을 섞어가며 투자, 판매, 마케팅전략 등을 구사하는 것.
쉽게 말해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의 책략인 셈이다.
재계는 중국의 감속성장 방침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기보다는 기존 전략을 재점검하면서 투자를 계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3억명 거대시장의 지리적 이점, 인종적 유사점 등으로 인해 중국은 우리에게 여전히 매력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에선 '일보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 3개국에 대한 공략은 한층 공격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손자병법의 요체는 전투에서 펼칠 작전의 유형보다는 음양의 이치와 기후, 지형, 피아의 능력 등을 잘 간파하는데 있다.
이런 만큼 재계도 브릭스 공략을 위해 현지 비즈니스 정보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 다변화 전략을 쓴다
대부분 기업은 중국발 쇼크로 인한 위기를 다른 지역으로 적절히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쪽에 '올인'하지 않겠다는 다변화 전략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옛소련 지역과 인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남미 등지에서 현지 마케팅과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등 시장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LG화학이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오는 2010년까지 인도를 서남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글로벌 생산물류 전진기지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며, 최근 러시아 지사 설립을 위한 사전검토를 마쳤다.
섬유업계에서는 효성이 유럽 내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동유럽에 스판덱스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고 현재 입지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등 시장다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 그래도 정면돌파다 =자동차나 철강 화학 섬유 등 업계는 중국쇼크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이 중국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병법으로 치면 정면돌파 전술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정몽구 회장이 현지점검을 위해 직접 중국 방문에 나서 대응책 마련을 독려하고 계열사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국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오히려 중국시장 공략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우종합기계도 양재신 사장이 지난 6∼8일 중국 옌타이 공장을 직접 방문해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으며 서부개발 본격화에 대비해 연간 목표인 굴착기 1만대 판매를 차질없이 달성키로 했다.
중국 내 지주회사 설립 이후 다수의 현지 합작법인과 공장을 건설 중인 포스코는 고급재 위주의 제품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중국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대(對)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및 섬유업체들도 아직까지 중국에 '올인'하고 있는 상태여서 중국 이외의 브릭스지역 공략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 마케팅은 우회전술로 =문화ㆍ스포츠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매출확대를 노리는 고도의 우회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을 문화마케팅으로 뚫고 있다.
'삼성 톨스토이 문학상'을 제정하고 도심에 '갤러리삼성'을 오픈하는 등 활발한 문화마케팅을 통해 삼성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이다.
카자흐스탄과 인도에는 디지털갤러리와 디지털제품 체험관을 각각 설립, 브랜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브라질에서 매출 8억달러, 영업이익 5천만달러 달성을 의미하는 '삼바 850'을 선포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브라질 최고의 축구명문 클럽에 대한 후원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등 스포츠마케팅에 주력할 생각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