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강적 중국'과 첫 대면 ‥ 12일 상견례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정에 따른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새로 적용될 쌀시장 개방 재협상안을 놓고 정부가 12일 중국과 상견례 성격의 첫 협상을 갖는다. 14일에는 태국, 18일에는 호주와의 양자협상이 예정돼 있어 지난 6일 첫 면담을 가진 미국을 포함한 주요 쌀 수출국들과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과 협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재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대사를 수석대표로 농림부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로 대표단을 구성, 중국에 파견했다. ◆ 중국과의 협상이 '분수령' 중국은 전세계 쌀 생산량의 30~3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다.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쌀 협상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의 쌀 생산비는 1995∼2000년 평균 t당 80∼90달러로 미국 쌀 생산비의 절반에 못미치고 있다. 중국의 동북 3성을 중심으로 해외 자본과 도정시설이 많이 들어와 있어 쌀의 고품질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3월 말 쌀 협력분과위원회 회의를 가졌으나 중국이 시장 개방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중국측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국에 관세부과 방식의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관세화 유예 연장 쉽지 않을 듯 농림부는 중국 호주 태국 등 주요 쌀 생산국들과의 협상이 입장 표명과 탐색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관세화 유예기간 연장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태국과 호주 등도 한국 쌀시장 개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일 협상에서 쌀시장 개방폭 확대를 요구하면서 가공용으로만 용도를 제한한 규정을 풀어줄 것을 주장했다. 미국쌀의 품종은 한국쌀과 같고 품질도 우수해 국내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수입쌀 용도제한도 협상 대상 정부는 원칙적으로 쌀 시장 개방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협상 상대국들이 쌀 의무수입 물량을 무리하게 늘려달라고 요구할 경우 관세 적용을 통한 시장개방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에서 확정돼야 하는 쌀 관세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하는게 유리한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수입쌀에 대한 용도제한(국내시장 판매금지규정)과 수입관리 방식의 변경 등도 이번 쌀 협상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