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걷는 학교…학부모는 '봉' ‥ 불법 찬조금 극성

서울 노원구 모 고등학교는 올 3월 교사들의 야간자율학습과 보충학습 수고비, 간식비 등으로 쓴다며 학부모회 회장과 임원을 중심으로 학급당 1백50만원씩을 모금할 것을 종용해왔다. 또 이와 별도로 스승의 날, 수학여행, 체육대회 등을 위해 학급당 50만원씩을 내라고 학부모회에 요구해 왔다. 50여학급의 학부모로부터 총 1억원 상당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교육 학부모회)는 11일 '불법찬조금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3월 말∼5월 초 사이 이뤄진 각종 불법 찬조금과 촌지 등에 대한 사례를 접수한 결과 지난해 동기(50여건)보다 배 이상 많은 1백1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1백12건중 불법 찬조금이 1백9건이었고 나머지 3건은 교사 개인의 촌지 요구 사례였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많은 학교가 EBS 수능강의 수강을 위한 시설설비 보완과 자율학습 공간 마련을 위한 공사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또 학교발전기금 모금액을 미리 정해 놓고 이를 할당하거나 1년치 야간 자율학습지도비 및 야식비, EBS 수능 강의 지도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거둔 사례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모 중학교는 △다목적 교실 개설(3억원) △도서관 확충 및 리모델링비(7천만원) △에어컨 설비(8천7백만원) 등의 명목으로 학교발전기금 5억원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제보됐다. 또 대전의 한 공립고교는 야간자율학습시 교사 야식비로 쓰기 위해 1학년은 학급당 3백만원, 2∼3학년은 3백50만원씩을 걷고 있는 것으로 제보됐다. 경기도 모 예고도 학급비를 2학년은 60만원, 3학년은 80만원을 각각 모금했다. 초ㆍ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는 그 어떤 찬조금도 모금할 수 없으나 학교발전기금은 조성방법과 절차, 사용처 등을 한정해 거둘 수 있게 해왔다. 그러나 사용처가 △교육시설의 보수ㆍ확충 △기자재ㆍ도서의 구입 △체육ㆍ학예활동 △학생복지ㆍ자치활동 지원 등으로 광범위하고 모금방법에 불법 탈법도 많아 학부모의 불만이 증폭돼 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