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兆원…세계 헤지펀드 급팽창…금융ㆍ원자재시장 교란

1조1천6백억달러(약 1천4백조원) 규모의 거대 국제 핫머니(단기 투기자본)가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차이나 쇼크, 고유가 등 3대 악재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어서 핫머니의 급격한 유ㆍ출입은 주식ㆍ채권 등 금융시장과 원자재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금융시장이 최근 공황상태에 빠졌던 핫머니의 갑작스런 시장 이탈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국제 핫머니의 본체인 헤지펀드를 시장교란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저금리와 달러약세를 이용, 고수익 투자를 해온 헤지펀드들이 유가 급등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설 등으로 투자환경이 달라지자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 세계증시를 대혼란으로 몰아넣었다는 것. 국제자금동향 조사업체인 AFSR에 따르면 현재 세계 헤지펀드 규모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배인 1조1천6백억달러(약 1천4백조원)로 1년 전에 비해 4천1백50억달러(56%)나 급증했다. 헤지펀드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국제투기세력은 지난 1년동안 낮은 금리로 달러화를 빌려 고수익이 예상되는 신흥증시와 원자재시장에 집중 투자해 왔다. 하지만 세계경제에 3대 악재가 돌출한 뒤 해당 시장에서 대거 이탈, 한국 대만 브라질 등과 같은 신흥시장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선진증시까지 침몰시키고 있다. 한국증시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번주 들어 무려 5.6%나 떨어져 일본(4.6%) 대만(2.5%)보다 훨씬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의 금융시장이 외부충격에 특히 취약하다는게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헤지펀드들이 1주일 동안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회수한 자금은 무려 1백4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주일 동안 미 뮤추얼펀드에서도 4억7천만달러가 유출된 점으로 보아 신흥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미국이나 유럽 등 본국으로 곧바로 유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흥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단기금융시장에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