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ㆍ辛ㆍ鄭 트리오' 불안한 동거

열린우리당의 '천·신·정'트리오가 여권 내 실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신당 창당 과정에서 민주당 내 동교동 구파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천·신·정 탈레반'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동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이 당과 국회 정부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했거나 예약한 것이다. 한때 신당의 성패 여부에 따라 '정치적 사망' 얘기까지 나왔던 이들이 여권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자연히 이들의 관계도 이제까지의 공동운명체적 협력관계에서 경쟁적 긴장관계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세 3인방 거취=정 의장은 차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입각쪽으로 정리됐다. 정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내려진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5 재·보선 직후 당 의장을 사퇴하고 입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행자부장관이나 정통부장관 등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실세라는 얘기를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주요 당직을 맡지 못했으나 이번에 원내대표가 되면서 명실상부한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일약 원내대표가 되면서 잠재적인 대선후보군에 합류할 발판을 마련했다. 관건은 원내대표로서 정국 운영을 얼마나 원활히 해낼지 여부다.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 위원이 당의 핵심 직책을 맡을 것이라는 데도 이견은 없다. 당 의장 경선에서 2위를 차지,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했던 신 위원은 현재 당 의장 승계 1순위다. 정 의장이 입각하면 의장직을 물려받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나오는 7월 전당대회 개최와 간선제 도입을 통한 관리형 당 의장 추대 주장이 변수로 남아있지만 여전히 신 위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협력에서 긴장관계로=이들이 정치적으로 급성장함에 따라 이들의 관계도 협력에서 경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는 정 의장이 의장직 사퇴를 늦춘 게 신 위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언론개혁 등을 놓고 벌써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특히 천 원내대표가 대권행보에 가세할 경우 '경쟁과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