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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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에/곱게 접어 함께 부친 하얀 손수건/고향을 떠나올 때 언덕에 홀로 서서/눈물로 흔들어주던 하얀 손수건/그때의 눈물자욱 사라져 버리고/흐르는 내 눈물이 그 위를 적시네.'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손수건은 곧 추억이다.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라) 입학식날 가슴에 매달았던 손수건,눈물 콧물로 뒤범벅된 순간 옆에서 말없이 내밀어주던 손수건,비오듯 쏟아지는 땀 때문에 쩔쩔 맬 때 건네주던 손수건,입학ㆍ졸업ㆍ생일 선물로 받은 수놓인 손수건,갑자기 터져나온 코피를 막아주던 손수건,엎질러진 물을 닦아주던 손수건 등.어느 것 하나 아련하지 않은 게 없다.
남녀노소 모두의 필수품이던 손수건은 그러나 휴대용 티슈의 확산과 함께 인기를 잃었다.
빨아서 다림질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쓰고 버리면 되는 휴대용 화장지의 간편함에 밀려난 것이다.
1회용 종이기저귀의 등장 이후 면기저귀가 거의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에어컨 덕에 땀 닦을 일이 적어진 것도 손수건 퇴출에 한몫 했다.
그나마 손수건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게 5월이라고 한다.
백화점에서 4백여가지 상품의 지난해 매출동향을 분석했더니 손수건은 5월 한달에만 22.9%가 판매됐다는 것이다.
스승의날이나 성년의날 등에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어 그런 것같다는 분석이다.
예전 같으면 한장으로 충분했겠지만 요즘엔 두세 장씩 세트로 묶거나 오르골 상자에 넣어 판다.
양희은 콘서트를 찾는 중년주부 관객들이 공연 도중 간간이 손수건을 꺼내든다는 걸 보면 손수건 세대에겐 역시 1회용 티슈보다 손수건이 좋은 모양이다.
손수건은 땀이나 눈물과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장만 있으면 물에 적셔 손과 얼굴도 씻고,목에 둘러 햇빛도 막을 수 있다.
찾아보면 집안 어딘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손수건이 있을 지 모른다.
옛 손수건을 찾아 깨끗하게 손질하면서 손수건 한장도 소중하던 날을 되새기거나 모처럼 가까운 이들에게 예쁜 손수건을 선물하면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이 다소 부드럽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1회용 화장지 절약에 따른 환경보호까지 들먹거릴 것 없이.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