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빅뱅] (7) · <끝> 일본의 교훈

일본 투신업계에는 요즘 "변해야 산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신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개인금융자산은 약 1천4백조엔(1경4천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하지만 펀드투자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미국(12%)은 물론 한국(5%)보다도 낮다. 반면 현금(예금 포함) 보유 비중은 57%로 미국(13%)의 4배가 넘는다. 은행 이자가 사실상 마이너스인데도 개인들이 간접투자를 거들떠 보지 않는다. 일본 간접투자시장이 '후진국형'으로 전락한 데는 오랫동안 은행을 우대해온 정부 정책과 일본 증시의 장기 침체 영향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투신업계 내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신사가 운용철학보다 계열 증권사의 판매력으로 승부해온 '일본식 투신영업' 이 대표적인 문제. 노무라투신이 일본 최대 투신사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의 후광을 입은 덕분이다. 노무라투신이 설정한 펀드의 80% 정도가 노무라증권에서 판매된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다이와 닛코 고쿠사이 등 다른 대형 투신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피델리티 등 세계적 투신사들이 펀드 판매를 위한 별도의 계열사 없이 운용되는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마에다 마사타카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많은 일본 투자자들은 고객의 이익보다 증권사의 수입을 늘려주기 위해 투신사가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연히 펀드 운용이 장기투자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소형 투신사로 성공한 사와카미투신의 사와카미 아쓰토 사장은 "대형 증권사들의 계열 투신사 펀드 판매는 주가가 오를 때 판매 드라이브를 거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고객들이 이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에서 운용되는 펀드 가운데 운용 기간이 3년 미만인 펀드가 전체의 40%를 넘는다. 20년 이상된 펀드는 거의 없다. 미국의 경우 3년 미만 펀드는 5% 정도고 20년 이상된 펀드가 전체의 30%를 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규제에 관한한 한국 못지 않은 일본 정부지만 지난 90년대 후반 투신사 설립 요건을 자본금 1억엔(약 10억원)으로 낮춘 것도 은행.증권 계열이 아닌 독립계 투신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성공한 투신사가 되려면 독립계 투신으로 시작하거나 적어도 독립계 투신처럼 판매력이 아닌 운용철학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일본 투신업계의 상황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국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