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판처럼 퍼렇게 멍들었습니다"..'블랙먼데이' 1주일만에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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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일주일만에 "블랙먼데이"가 재현되자 깊은 좌절과 절망감이 증권사 객장을 짓눌렀다.
종합주가지수가 48포인트 급락,800이 무너졌던 지난 10일 여유 현금을 모두 털어 "물타기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누굴 탓하겠느냐.이제 쉬고 싶다"며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장동헌 우리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은 "향후 장세를 전망하고 진단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시장이 가격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금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참가자들의 주문에 국민연금 관계자는 "둑이 터진 상황이다.
터진 둑을 막다가 자칫하면 우리도 다칠 수 있다"며 몸을 움츠렸다.
◆사상 최악의 단기급락
지난달 23일 종합주가지수가 최고점을 찍은 이후 불과 보름만에 시가총액이 21.7% 격감,90조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바닥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한규 LG투자증권 방배동 지점장은 "이번처럼 주가가 단기 급락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일부 개인고객이 지수 800선 붕괴 이후 단기반등을 겨냥하고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주가가 다시 폭락하자 서둘러 손절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10일 지수 800붕괴 후 5일 동안 순매수를 지속해왔던 개인들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6백79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D증권사 강남지점 관계자는 "증권사 상당수 지점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경제위기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을 더 죽였다"고 원망했다.
이날 '최후의 물타기'에 나섰던 여의도의 최모씨는 "여기서 더 빠지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코스닥 우량주를 고점에서 샀다가 순식간에 40% 이상의 원금 손실을 본 이모씨는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손발 묶인 기관투자가
이날 오전 11시께.종합주가지수 750선이 무너질 무렵 S증권사 법인 브로커 K씨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기관들이 손절매(로스컷:loss cut) 규정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니 저가매수를 기대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강신우 PCA투신 전무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이 정도의 단기낙폭이면 자연발생적으로 저가매수세가 생기게 마련인데 지금과 같은 매수공백은 처음 겪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은 "위험자산(주식)에 대한 비(非)이성적 회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투자심리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를 겨냥한 가시돋친 말도 잇따랐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저가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는 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