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이 경쟁력이다] (인터뷰) 하동만 <특허청장>

한국 특허의 질적 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뒤떨어지고 있다. 지식재산을 관리하겠다는 마인드 또한 성숙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리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 지식재산권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특허행정의 비전과 과제"를 마련,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활용을 통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앞장서고 있다. "21세기 지식재산강국"실현을 위한 비전 제시에 온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발명의 달" 5월을 맞아 행사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하동만 특허청장을 특허청 서울사무소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 -지난해 3월 부임한 후 1년 2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엔 특허를 포함한 국내 산업재산권 출원이 처음으로 3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출원 증가에 대응하여 지난해에는 신속한 특허심사 처리를 위한 기반조성에 힘썼습니다. 심사인력 증원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지난해 85명을 증원했으며 특허전산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KIPOnetⅡ'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특허청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멤버로 참여,국가연구개발 투자 기획이나 평가단계에서 특허기술을 분석,활용할 수 있는 전기도 마련했습니다. 개도국에 대한 특허정보화 컨설팅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국특허행정의 대외 진출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힙입어 특허청은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정보화수준 우수기관,국가정보원 주관 정보보호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중앙인사위원회 주관 정부인사혁신상(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최근 국제 특허분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허청에서 어떤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까. "중소기업들의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기술흐름과 특허 현황을 기업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1백20개 기술 분야의 특허지도(patent map)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국제 특허풀(pool)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특허분쟁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재산권 출원 세계 4위라는 위상에 맞게 우리나라 특허행정의 국제 위상도 제고돼야 할 것 같습니다만. "오는 10월에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저개발국의 경제발전에 있어 지식재산의 활용'이란 주제로 49개 저개발국 지식재산권 각료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금년에 처음으로 WIPO에 10억원의 한국기금(Korea Trust Fund)을 조성,지재권분야의 정보화,인력개발,발명진흥 및 중소기업 지원 등의 대개도국 지원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특허심사정보를 상호 공유,활용해 심사결과의 상호인정 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허정보화시스템인 특허넷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지난 99년에 개통한 특허넷은 산업재산권의 출원에서 등록 및 심판에 이르는 모든 특허민원을 세계 최초로 인터넷을 통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날로 다양화 고급화되는 고객요구와 지재권분야의 국제 환경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특허넷 전반에 걸친 업그레이드작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허넷Ⅱ 시스템 개발은 2005년말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2006년부터 특허넷Ⅱ 시스템이 가동되면 하루 24시간,일년 내내 전자출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심사처리 기간이 단축되고 국제특허출원 업무가 전면 온라인화됩니다." -지난 2년 동안 특허심사인력을 대폭 증원했음에도 특허심사에 아직 22개월이나 소요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2007년까지 12개월 이내로 단축될 수 있겠습니까. "국내 산업재산권 출원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1%씩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07년에는 특허심사 대기기간이 28~36개월에 이를 전망입니다. 따라서 심사대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선행기술조사의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심사관을 2002년 89명,2003년 85명 각각 증원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대기기간은 2002년의 22.6개월에서 0.5개월 단축된 22.1개월 수준에 그쳤습니다. 산업재산권 출원이 계속 증가하는 데도 원인이 있지만 증원된 심사인력을 심사에 본격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입니다. 심사관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1년6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심사인력을 대폭 증원,심사관 1인당 심사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적정화함으로써 심사대기 기간도 2007년까지 12개월 이내로 단축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초원천기술의 산실인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특허출원이 저조합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있습니까.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는 대부분 대학교수나 연구원 등 개인 명의로 특허를 출원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업에 비해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특허출원이 부진한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특허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특허법과 기술이전촉진법 및 동법 시행령을 개정,2002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공립대학 교수의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대학의 '기술이전전담조직'이 소유 관리토록 하여 기술이전을 활성화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연구자에게 처분 보상금의 지급수준을 종전의 10~30%에서 50% 이상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직무발명과 관련한 세액공제 등의 지원제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지식재산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첫째,특허기술을 신속히 권리화하고 보호를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특허심사기간을 2007년까지 12개월로 단축하고,선(先)등록제도와 기술평가제도로 이원화돼 있는 현행 실용신안제도를 전면 개선하겠습니다. 둘째,상표와 디자인의 심사처리기간을 2007년까지 6개월로 단축할 계획입니다. 지리적 표시를 상표권의 일종인 단체표장으로 보호할 계획입니다. 셋째,특허기술의 사업화와 기술이전을 촉진해 우수 특허기술이 적극 활용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지식재산 창출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다섯째,특허정보를 국가 연구개발투자의 기획,과제선정,평가단계에서 적극 분석 활용해 나갈 계획입니다. 여섯째,지식재산 분야의 국제협력 및 통상역량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일곱째,특허행정의 혁신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특허행정의 혁신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특허청은 직원의 73%인 8백21명이 사무관급 이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행정고시 (79명),기술고시(2백79명),박사특채(1백34명) 등 우수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사 및 심판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내부문화가 보수적이며 총 31개의 다양한 직렬로 구성돼 있어 상호간 응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에 각국별로 총 9회에 걸쳐 혁신워크숍을 개최,혁신제안을 발굴했습니다. 심사업무의 효율화를 겨냥해 심사팀제를 적극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집중근무 시간제,다면평가제,지식공유를 위한 지식마일리지제 등 심사관의 자율적 역량 분출을 위한 제도를 시행 또는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허청에 바란다'라는 국민모니터링제도를 통해 국민의 불편사항을 제도개선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