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과 미성숙 사이 인간의 본질이 있다..곰브로비치 소설 번역출간
입력
수정
밀란 쿤데라가 '카프카보다 조금도 부족할 것이 없는 작가'라고 평한 폴란드 작가 비톨트 곰브로비치(1904∼1969)의 장편소설 '페르디두르케'와 '포르노그라피아'(이상 민음사)가 번역돼 나왔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페르디두르케'는 곰브로비치가 1937년 내놓은 첫 장편소설로 39년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나치에 의해 금서로 묶여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서른 살의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인칭 소설로 주인공이 자신의 어린시절로 납치돼 다시 성장기를 겪게 된다는 환상적인 설정의 작품이다.
주인공의 성장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어른들의 세계,즉 성숙한 세계의 본질이 비합리성과 비인간성이라는 통찰이다.
미성숙한 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주된 내용은 기성의 체계를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발표되자마자 보수적인 평단으로부터는 비난을,젊은 지식인들로부터는 찬사를 받았다.
'포르노그라피아'는 지난해 폴란드의 얀 야쿱 쿨스키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부산영화제에도 초청됐던 작품이다.
이 소설 역시 '페르디두르케'와 비슷한 주제인 미성숙과 성숙,완성과 미완성의 대치 속에서 인간 실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2차대전기 독일의 점령하에 있던 한 폴란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갈등과 여기서 비롯된 살인 보복을 그렸다.
올해 탄생 1백주년을 맞은 곰브로비치는 슐츠,비트케비치와 더불어 폴란드에서 '모더니즘문학 삼총사'로 불린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