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과도한 현금보유 적대적 M&A 불러올수도"‥ 스티글리츠 교수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각종 법규와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 주최 "삼성 글로벌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한국의 중장기 경제전망"이란 주제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저축률 저하와 투자감소는 우려할만한 것"이라고 전제,"과거 한국의 성장동력이 높은 저축률과 활발한 투자였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과다한 현금보유는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당면 문제로 △기업 활동의 위축 △금융산업의 낙후성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한 시스템 미비 등을 꼽았다. 그는 기업활동의 위축과 관련,"2002년 전체 제조업체의 34%가 이익을 내지 못했고 이는 전년보다도 2%포인트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또 파산절차가 복잡하고 특정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적했다. 교역조건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한국 경제는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업들이 세계 어떤 나라의 기업보다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경제에서 하이테크를 기반으로 한 첨단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수한 인력을 배경으로 지식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선 노동생산성을 높이거나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수준에서 그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기업 노동 자본 등 모든 분야의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총합적 생산성' 향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서만 급성장하는 중국과 경기회복기에 접어든 일본의 가교역할을 충실해 해낼 수 있을 것이며 경제 또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 문제와 관련,한국 경제가 기적을 이루는 데 중요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이 원동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식 자본주의를 무조건 추종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와 관련,3년 전보다 크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재정 및 무역적자가 세계 경제의 안정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에 대해선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과 일본의 경기회복을 축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에 대해 여러가지 우려가 있으나 연간 7%씩 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착륙'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중국의 긴축정책 채택은 큰 걱정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 경제에도 중국은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 ------------------------------------------------------------------------- 조지프 스티글리츠교수(51)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연구하는 정보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장과 세계은행부총재를 역임한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및 재정긴축 처방을 강력히 비판해 세계은행 부총재직에서 밀려났다. 반세계화의 상징적 인물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