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맹목적 대북경협은 안된다..尹桂燮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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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유가급등과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 그리고 중국의 긴축정책의 삼각파도를 맞아 가라앉고 있다.
세계경제 전반에 미친 삼각파도에 대해 유독 우리 증권시장의 하락폭이 큰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제 해외요인에만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 경제적 요인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경제위기에 대해서 근본적인 걱정보다는 위기론의 확산을 우려하는 정치권이나 현실적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표출된 결과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이후 정치권이 변한 모습 중 특징적인 건 대북 경제지원과 협력을 하겠다는 다짐이다.한나라당조차 신세대의 대북관에 부합한다는 명목으로 대북 경제협력에 관한 비판적 입장을 폐기했다.북한도 자존심을 버리고 우리의 경협을 요구하는 것을 볼때 개방의 가능성이 보이는 듯하다.그러나 우리의 현실과 미래적 관점에서 대북 경협은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우선 북에 대한 무분별한 경협은 효과에 비해 엄청난 비용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설사 북이 경제 개방과 개혁에 적극 나선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구공산권국가들이 겪은 개혁 초기의 혼돈과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이러한 학습비용을 우리 혼자 떠맡기엔 우리 경제현실이 어렵다. 만약 6자회담 당사자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같이 대북경제협력을 한다면 위험을 분산할수 있다.그러나 북한이 핵개발,미사일 수출 등을 중지하지 않는 한,또 6자회담에서 어떤 명분을 얻지 못할 경우 북한에 대한 이들의 경제협력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한편 일단 시작한 대북 경제협력은 자기 재생산의 메커니즘을 갖게 된다.
논리적으로는 대북경협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이를 중단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치권이나 관료층은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책노선의 후퇴에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부실기업에 계속 돈을 대주는 금융기관과 같이 대북경협은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경협은 이제부터라도 장기계획 하에 신중하게 단계별로 추진돼야 한다.이를 위해 정책 관계자들은 다음의 3대 원칙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국내 경제 우선원칙이다. 대북 경협자금도 국내 경제의 발전에 따라서 염출된다.앞으로 경제난이 가중되면 국내 경제기반이 붕괴하고 조세수입이 줄어든다.우리 사회에는 현재 빈곤과 재난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불평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경제를 우선 키우는 것이 대북경협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둘째,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은 자신의 치밀한 계산에 따라 투자를 한다.
정부정책에 따라 기업에 대해 강제해서 대북경협을 하게 해선 안된다.
경영자들이 북한보다 중국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투자수익 확보가능성 때문이다.
정권에 대한 신뢰와 함께 시장 기술 인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토지와 인건비만 싸다고 해서 쉽게 투자하지 않는다.
정치권의 대북정책에 기업과 경제를 볼모로 잡힐 수는 없다.
셋째, 투명성의 원칙이다.
지난 정부에서 행한 대북자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이미 이뤄졌다.
국민의 세금으로 얻은 돈을 정치인이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정책적 판단이 아니다.
정부가 감사를 받는 이유는 국민에게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알리기 위해서이다.
대북 경협이 어떻게 진행되고,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알 필요가 있다.
성공사례가 드러날 때 오히려 대북경협의 타당성이 확보되고 대북진출이 봇물처럼 일어날 것이다.
남북관계를 비군사적 관계로 재정립하려는 시도 자체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대북경협과 정책지원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치밀한 계획이 없는 우리 단독의 지원만으로 북한의 경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산적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 경제에 대북경협은 큰 짐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대북 경제협력은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서 치밀한 장기계획을 세워 취약한 우리 경제와 북한 경제가 서로 좋아질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