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ㆍ與지도부 만찬회동] 내주 조기 개각 가닥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저녁 열린우리당의 신·구지도부 17명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나누며 국정운영 방향을 협의했다. 노 대통령의 직무복귀 후 처음인 이날 회동에서는 조기 개각,주한미군 감축 등 국정현안,당·청관계 정립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회동에 앞서 여권 일각에서는 '5월중 조기 개각'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주로 당쪽에서 김혁규 전 경남지사,정동영 전 의장,김근태 전 원내대표 등 입각이 굳어진 인사들과 몇몇 장관후보 의원들을 내세워 개각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청와대 내부에서 공식 논의됐거나 거론된 적이 없다"며 다음주로 알려진 조기개각에 대해 일단 부인했다. 당초 개각시기는 국회 개원과 총리의 임명제청 등 법절차를 감안해 6월20일 전후로 가닥이 잡혔다가 다시 조기단행으로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총리인준이 예상외로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반대가 워낙 심하고 힘으로 밀어붙인다 해도 6월 후반이나 돼야 '정식' 총리가 돼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엔 여권 수뇌부의 마음이 너무 급하다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문제를 비롯 부문별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다 당에서도 입각 인사들이 발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조기개각이 헌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헌법 87조에는 총리가 국무위원들을 제청하도록 명문화돼 있다. 그러나 이미 사퇴의사를 밝혔고 노 대통령이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한 마당에 물러나는 고건 총리에게 제청권을 행사하라고 하면 '변칙'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다. 또한 현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총리의 실질권한 보장' 원칙과도 어긋난다. 고 총리도 이같은 형식적인 임명제청권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중 조기개각설이 슬며시 나오지만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면서 "어떤 경우도 미리 상정해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조심스런 자세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 총리가 소신을 접고 각료제청권을 '행사해 준 뒤' 사퇴할지,노 대통령도 이를 전제로 개각을 먼저 한 뒤 17대 개원(6월7일)을 전후해 김 전 지사를 새 총리후보로 지명해 총리 직무대행체제로 갈지가 관심거리다. 한편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이날 만찬에서 "대통령과 정부,당이 긴밀히 협력해 민생을 챙기고 해묵은 개혁과제들을 완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조기입당을 요청했다. 또 "당·정·청 협력강화 차원에서 고위당정회의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노 대통령은 입당을 하되 명예직인 '수석당원'역만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원순·이재창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