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안무섭다] "우린 아이디어 부대" 油價 태풍 물렀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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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高)유가를 활용하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기업들이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는 역발상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점심시간 불끄기와 주차장 격등 소등제와 같은 에너지절감형 관리는 기본이다.
이른바 '마른 수건 쥐어짜기'다.
기업들은 절전형 가전제품과 대체에너지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항공사들은 경제항로를 찾고 해운사들은 한 푼이라도 기름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역경매를 이용한다.
마치 고유가라는 거인 골리앗에 맞서 다윗인 기업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골리앗을 쓰러뜨리고야 말겠다는 기세다.
◆ 절전형, 고연비 아니면 명함도 못내밀어
가전제품에서 절전형은 필수가 돼버렸다.
고유가 시대에는 전기료가 가장 싸게 먹히는 제품이 효자상품 소리를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3사는 기존 제품에 비해 전기료가 절반 이상 절약되는 초절전형 제품들을 속속 시판, 고유가로 얇아진 고객들의 지갑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리가 완료되면 10분 후에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는 전자레인지로 전기료를 기존 제품보다 57% 가량 절감했다.
LG전자는 최대 65% 절감형 에어컨을,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인공지능형 냉장고로 승부수를 띄웠다.
고유가로 자동차업계의 숙원사업인 대체에너지 개발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 국책사업인 연료전지자동차 사업 시행자 선정을 계기로 대체에너지를 활용한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연비효율을 연간 1백20만원 절감할 수 있는 차를 선보이고 있으며,GM대우는 고유가시대와 '코드'가 맞는 경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 빌딩과 공장, 비싼 만큼 절약
서울 강남의 지하철 역삼역 근처에 있는 LG강남타워는 오후 7시만 되면 전 빌딩이 자동으로 불이 꺼진다.
잔업을 위해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그 사람에게만 불이 들어온다.
이를 통해 이 빌딩은 연간 10억원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 LG정유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 서린동의 SK본사 빌딩 역시 건설 당시부터 IBS(인텔리전트 빌딩 시스템)를 도입했다.
사무실 조명시스템과 승강기 수도꼭지가 모두 절전형이다.
자판기에도 타이머가 달려있어 밤 10시가 넘으면 전원이 자동으로 꺼진다.
섬유업체인 도레이새한은 99년 공장 건설 당시부터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에너지 효율을 최우선 과제로 각각의 공정과 설비를 설계했다.
지난 4년6개월 동안 에너지 절감으로 벌어들인 돈만 총 1백30억원.
◆ 이색 아이디어도 속출
현대상선은 인터넷 역경매를 통해 선박용 연료에 대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 선박들이 현대상선의 역경매 사이트(www.hi-vms.com)를 통해 최저가의 벙커C유 가격을 제시하는 국제 석유공급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연료를 공급받고 있는 것.
대한항공은 지난 4월부터 기존 중국지역 항로 대신 대만 항로 통과로 인천~방콕 노선에 연간 60만달러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제고도(高度) 및 경제속도 운항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기는 고도 및 속도에 따라 연료소모율 변동이 극심하기 때문에 관제기관과 협조를 통해 가장 경제적인 항로를 선택해 운항하고 있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등을 생산하는 효성 울산공장에서는 '에너지절약 프로그램(Energy Saving Program)'을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목표를 설정한 후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이를 생산현장에 즉각 적용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최근 에너지 절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에너지 절감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