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마니 폴리테' 대선자금 수사 종결] 기업인 처벌 최소화

지난 9개월여 동안 진행된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마침표를 찍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정치권과 재계의 유착 고리를 끊고 정치권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정치권의 강압적인 요구에 의해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인들의 사법처리를 최소화한 것은 검찰이 현 경제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개혁의 기폭제로 작용=검찰의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한국판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로 불릴 정도로 '성역' 없는 수사란 평을 받았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오랜 국민적 염원이자 우리의 과제이던 '돈 안 드는 선거,깨끗한 정치풍토'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수사로 20명이 넘는 정치인과 10명 이상의 기업인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대선 당시 여·야 선거조직의 핵심 인사들은 거의 빠짐없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노무현 대통령 관련 부분도 조사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노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는 급기야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가져오기도 했다. 수사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의 어느 수사기관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노하우를 구축,앞으로 부패 범죄에 대한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이다. 이번 수사에 대해 법조계는 물론 시민단체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은 "불법 정치자금의 실상을 철저히 파헤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경제상황 고려해 기업인 처벌은 최소화=검찰은 삼성 이학수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을 끝으로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불구속 기소되는 선에서 처리가 결정됐으며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입건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는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부분에 치중했다"며 "기업인들이 정치권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자금을 전달한데다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 범위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재계 '후폭풍'에 촉각=검찰은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종결했지만 앞으로도 기업의 본질적인 비리에 대해선 지속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불투명한 기업 경영이 정경유착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비상장주식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변칙적 부의 세습 및 오너의 지배권 유지 행위,분식회계,탈세 등이 중점적인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다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도 신중히 고려해 건전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무리한 수사는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