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총리, 제청권 행사 '고심' ‥ "法정신에 안맞아" 난색표명

개각 시기가 고건 총리의 '결심'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3개 부처 장관을 바꾸기로 하고 해당 부처의 장관후보까지 내정했으나 고 총리가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정중하면서도 완강하게 고사하기 때문이다. 이번주중 개각 여부는 24일 오전중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고 총리를 만난 뒤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김 실장은 23일 "고 총리의 최종 입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2∼3일 내에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지난 18일 국무회의 직후,21일에 이어 24일 세번째로 "제청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비서실장이 찾아가는 자체가 대통령의 뜻이 아니냐"며 '삼고초려'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고 총리는 "정서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며 거듭 제청권 행사를 사양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받아들인 마당에 퇴임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 정신에 맞지 않고 정상적인 일처리도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과 정찬용 인사수석 등이 잇달아 "장관 임명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하며 은근히 제청권은 사실상 형식적인 권한에 가깝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고 총리가 며칠째 원하는 답변을 해주지 않자 청와대가 다급해졌다. 개각논의가 길어지면서 일부 부처에서는 행정공백 조짐까지 보인다. 이날 급기야 김 실장이 "개각 대상 부처는 3곳 뿐"이라고 쐐기를 박은 이유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