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착시현상일 수도"..조순 SK(주)사외이사 진단 '한국경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겸 SK㈜ 사외이사는 24일 "승승장구해 오던 우리나라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구제금융 이후 성장동력이 많이 약화됐다"면서 "거시지표에만 의존할 경우 (경제가 나쁜데도) 경제가 잘되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최근 SK그룹 사보인 'SK매니지먼트' 5월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5.5%로 제시했다"면서 "주가도 오르고 해서 이것을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일부분만 잘되고 있어서 균형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수출은 지나칠 정도로 잘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의 활기가 너무나 미약해 걱정"이라며 "소비가 위축되고 지방경제가 얼어붙었을 뿐만 아니라 신용불량자도 많이 늘어났으며 청년실업도 증가해 서민들은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경제부총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부도 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제,"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동북아중심 경영 등은 구호로서는 좋지만 과연 현실적인 정책인가는 한번쯤 다시 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SK㈜ 사외이사로 선임된지 2개월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사외이사를 맡고 보니 작년에 그 불미스러운 일이 왜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탄탄하고 견실한 회사"라고 평가한 뒤 "SK㈜가 사외이사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기존틀을 깨고 새롭게 정비하려는 굳은 의지가 있는 만큼 잘 될 것이라 믿는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조 이사는 대기업 이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관련,"경제발전 초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면도 있었다"며 "CEO(최고경영자)가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은 사외이사 제도가 만들어진 미국에서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으며,(GE 회장을 지냈던)잭 웰치 같은 사람도 어찌보면 독재자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경영의 중심은 사외이사가 아닌 경영진과 임직원들"이라고 강조한 뒤 인생의 후배들에게 논어와 사기열전,율곡전서,피터 드러커의 'Concept of Corporation' 등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