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통신강국 지위 흔들린다

올해부터 일본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3세대(3G) 이동통신인 WCDMA(IMT-2000)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순수가입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이동통신업체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고 휴대폰업체들의 단말기 개발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올해는 서비스 활성화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3G시장에서는 일본과 서유럽에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WCDMA 서비스 SK텔레콤과 KTF는 지난해 말 WCDMA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오스트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였다. 그러나 말만 상용 서비스일 뿐 시범 서비스와 다름 없다. 지금까지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4백90명. 그러나 대부분 업계 관계자이고 순수가입자는 극히 드물다. KTF도 마찬가지다. 가입자 8백40여명 중 시험가입한 직원들과 협력업체 사람들을 제외하면 순수가입자는 80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서비스가 부진한 것은 WCDMA 서비스가 기존의 CDMA 1x EVDO보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화품질은 물론 제대로 개발된 콘텐츠도 없다. 단말기는 훨씬 무겁고 배터리 수명도 더 짧다. 이동시 통화가 끊어지는 핸드오프 현상과 기지국 경계지역에서 통화가 되지 않는 로밍 현상 등 치명적인 결함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결함들이 내년은 돼야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동통신 업체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단말기 개발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상반기에 나온다던 새 모델은 올해 말로 늦춰진 상태다. ◆해외 3G시장은 활성화 2001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WCDMA를 도입한 일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접어들었다. NTT도코모의 WCDMA 가입자 수는 지난 3월에 3백만명을 넘어섰다. 서유럽에서는 지난해 3월 이통통신업체인 홍콩의 허치슨이 3G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고 보다폰 오렌지 T모바일 등 주요 업체들이 연내에 WCDMA 서비스를 시작한다. 북미지역에서도 올해 WCDMA 서비스가 시작된다. LG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WCDMA 휴대폰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2백53만대에서 올해 1천3백96만대,2008년에는 2억대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WCDMA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올 하반기엔 노키아 소니에릭슨 샤프 산요 도시바 등 7개 업체가 휴대폰 신모델 10∼15개를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최근 허치슨과 휴대폰 3백만대 공급계약을 맺었고 삼성전자는 이달 초 보다폰에 처음으로 WCDMA 휴대폰을 선보였다. ◆통신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국내에서 사용되지도 않는 휴대폰을 해외에서 팔기는 쉽지 않다. 국내시장이 없으면 관련기술 개발 속도도 떨어진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이동통신업체들에 서비스 일정을 맞추라고 독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3G시장의 활성화가 계속 늦어지면 3세대나 4세대 시장에서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부도 통신업계와 함께 워킹그룹을 결성해 WCDMA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체들의 투자가 시급하지만 강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연말에는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