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총리 사표제출…물건너간 조기개각] "청와대ㆍ여당이 자초한 일"

고건 총리가 '거수기'역을 않겠다며 '마이 웨이'를 선언,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개각도 뜻대로 하지 못하며 난맥상을 보인 것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자초한 자업자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 출발을 다짐한 마당에 장관 3명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현안이 산적한 부서들을 놓고 논공행상으로 장관직을 나눠주려 한 청와대가 일차적으로 책임질 일이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4월 총선 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나 입각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최근 개각 대상으로 떠오른 부처를 거론하면서 당사자들의 희망 부처를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력과 전문성은 뒷전으로 한 채 장관 자리를 총선의 전리품 정도로 여권 수뇌부 모두가 인식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두 사람은 보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고 총리까지 크게 우려를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러다보니 장관의 인사원칙과 임명 과정이 이번 개각에서 무시됐다는 비판까지 따랐다. 인사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청와대는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고 총리가 임명제청권 행사 대신 사표를 제출하자 자칫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져 일선 행정 부처에 파장이 미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며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