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기업애로 해결 처방 함께 만들자"

25일 노무현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들간의 청와대 간담회는 긴장 속에서도 서로가 할 말은 다한 자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위기론이 실상을 벗어났다"며 '경제위기론'이 과장됐다고 지적했고 재계 총수들은 "투자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노사문제와 규제"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한 분,한 분 보면서 지난 한 해 어렵게 지내왔던 걸 새삼 느낀다"고 간접적으로 대선수사 등에 대해 위로하고 "여러분도,정치권도,저도 어려웠지만 어쨌든 긴 터널을 빠져나왔고 새로운 마음 가다듬어 새로운 출발을 하자"며 집권2기의 출발을 재계와 함께 하고 싶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언론이나 경제단체에서 제기하는 어려움을 분석해 보면 그 논의가 꼭 정확한 것만은 아니다"며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질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비판하다보니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해 총수들을 한 때 긴장시키기도 했다. ◆경제살리기엔 한 목소리 노 대통령은 "국민 경제와 관련해 여러 진단이 나오긴 했지만 경제를 이끄는 여러분께 직접 생생한 진단을 들어보고 처방도 함께 마련하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말해 기업들의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재계 대표들은 이에 대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확대가 중요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항상 경제가 잘 되도록 구상하는 것이 기업가의 의무가 아니냐"며 "투자를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출자총액제도 완화 등이 기업이 원하는 것 같다"며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첫 걸림돌은 노사문제,둘째는 방만한 투자인데 지금은 방만한 투자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부양하는 대책들은 큰 효과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대통령이 경제발전을 위해 연구한 것을 주장해서 10년이나 20년 후에 대통령의 당시 주장이 맞는 칭송 받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확대와 규제완화 "국민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자리였으면 좋겠다"는 노 대통령의 인사말에 화답하듯 대기업 대표들은 구체적인 투자확대 계획을 제시하며 정부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30대 그룹은 3월말 현재 연간계획 대비 16.3%에 불과한 7조4천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며 "탄핵등 정치환경 급변에 따른 불안심리등으로 투자실적이 저조했으나 총선이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총수들은 특히 구체적인 투자애로요인을 지적하는등 실질적인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투자 장애요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규제완화는 제기되는 부분을 찾아서 적극 추진하라고 관계자에게 지시했다"며 기업인들을 다독였다. 청와대는 수도권 총량규제와 토지규제등 규제완화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고 기업들도 회동이후 구체적인 투자프로젝트 이행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개혁과 성장의 조화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개혁과 성장을 통한 잠재성장력 강화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며 재계의 동참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집권2기를 맞아 공정하고 자유로우며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계 대표들은 "개혁의 목표는 기업경쟁력과 경제성장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개혁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 총수들은 그러나 "지금 경제는 중국과 격차가 줄어드는 등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성장을 미루면서 개혁에만 에너지를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원순·정태웅 기자 huhws@hankyung.com